한국전에 참전한 미주리 지역 미군 장병들의 이름이 새겨진 ‘미주리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가 제막식을 갖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미군 퇴역장병, 한인교포 등 4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선 그러나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한국전이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 돼선 안된다며 고향에 한국전 기념비를 세우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던 ‘주인공’ 제임스 슐츠씨가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환갑을 바라보는 그의 장녀 데브라와 차남 제임스 주니어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의 꿈이 이뤄지는 장면을 숙연하게 바라봤다.
또 슐츠씨와 함께 한국전 기념탑 건립 사업을 주도한 한인교포 사업가 김영렬(73) QMB인터내셔널 대표도 못내 아쉬운 듯 시종 한숨을 내쉬며 친구의 얼굴을 떠올렸다.
지난해 심장질환으로 79년의 생을 마감한 슐츠씨는 스무살의 어린 나이에 해병대 장병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뒤에도 전쟁의 참혹한 장면을 잊지 못하던 그는 10여년전 한국전 기념비를 세우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동료 참전용사들은 물론 지방정부와 기업체, 지역 독지가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기념비 설립을 위한 기부를 당부했고, 지난 2008년 부지를 확보해 기공식을 열었으나 그 뒤에도 부족한 건립자금을 모으기 위해 고령임에도 하루도 쉬지 않고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그의 노력에 감동한 캔자스시티 시(市) 당국은 건립 부지에 이어 10만달러를 내놨고, 이밖에도 무려 27만달러라는 거금이 모였다. 기념탑 설계와 표면 작업 등을 원가로 해주겠다는 업체들도 속속 나타났다.
32년전 지역 로터리클럽에서 슐츠씨를 처음 만나 오랜 친구로 지내온 김영렬씨는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조금만 더 사셨으면 그렇게 바라던 한국전 기념비를 보고 기뻐했을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씨는 “인천상륙작전에도 참가했었다는 슐츠씨는 한국전에서 돌아온 후 가족들과 캠핑이나 사냥을 전혀 하지 않을 정도로 전쟁의 아픔을 오랜 기간 간직했다”면서 “기념탑 건립을 위한 그의 노력은 지역사회의 화제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기념비도 중요하지만 전세계의 수많은 병사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한국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면서 “슐츠씨가 돌아가시기 전에 한국을 방문해 놀라운 발전상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게 못내 아쉽다”고 덧붙였다.
/연합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