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직접 ‘북미회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미국은 이날 북핵 협상라인 교체를 발표했다.
또 미국은 2년7개월간 북핵협상을 총괄해온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교체하고 후임에 글린데이비스 국제원자력기구(IAEA) 미국 대사를 내정했다.
지금까지 협상의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사전정지’ 기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6자회담 재개를 겨냥한 ‘본게임’이 시작될 것임을 의미하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또 리커창(李克强) 중국 상무부총리가 오는 23∼27일 남북한을 잇따라 방문해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중재노력을 할 것으로 보이는 등 관계 당사국들이 외교전에 돌입했다.
20일 김성환 외교부장관은 "리커창 상무부총리가 북한을 방문 후 한국을 방문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에서 논의된 내용을 우리들에게 얘기한다면 더 의미있는 대화가 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북·미·중의 이런 움직임은 오는 24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북·미 2차 고위급 대화를 앞둔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김 위원장의 입장 표명은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지만 현 국면에서 나온 본격적인 협상대비 포석이라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미 양국의 단합된 공조 움직임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했다는 것.
특히 미국과의 담판에 앞서 북의 최고 통치권자가 직접 나서 '조건없는 6자회담 조기재개'라는 협상 가이드라인을 대외적으로 천명함으로써 전제조건을 내걸고 있는 한미 양국의 단합된 공조 움직임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최고통치권자의 언급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앞으로의 북미대화에서 비핵화 사전조치에 대해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며“미국이 확실히 체면을 살려주는 카드를 제공하라는 압박의 의미”라고 말했다.
이처럼 북미 양국이 본격적인 협상 대비태세에 돌입하면서 다음주 열리는 북미 2차 고위급 대화는 6자회담 재개 흐름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양측 모두 정책상의 기조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를 이끌어내려는 한미와 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하는 북중 사이에 첨예한 대리전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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