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카드사 관계자가 내민 푸념이다. 일리는 있어 보인다. 중소상인들의 전방위적인 수수료율 인하 요구에 금융당국 수장의 압박이 지난 21일 또 한 번 더해지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카드사들은 억울할 법 하다.
최근 음식점 주인들로부터 시작된 수수료 인하 시위는 주유업계, 유흥업계 등 전방위로 확산됐다. ‘생떼 같은 요구’라면서도 신한·롯데·삼성·현대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은 부랴부랴 땜질식 봉합에 나섰다. 중소가맹점 범위를 확대하고 수수료율 또한 현행 2.0∼2.15%에서 1.6∼1.8%로 내리기로 한 것.
그럼에도 해당 가맹점은 추가 인하를 요구했고 급기야 여당까지 나서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업종별로 차등화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참다못한 카드사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경제논리에 맞지 않는 포퓰리즘적 수수료 인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다. 특히 여당이 추진하려는 법안에 대해선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맞섰다. 발의한 법안처럼 가맹점 수수료율을 모든 업종에 1.5%로 동일하게 적용할 경우 카드사의 재무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금융당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7조1949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각종 비용을 빼고도 대략 1조원 미만이 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 관계자의 볼멘소리가 곱지 않게 들리는 이유다. 더구나 카드사는 최근 ‘상생공헌’을 앞세우며 각종 기부문화를 선도하던 금융권의 귀감 아니던가.
카드사들은 조만간 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감소를 소비자들에 떠넘기기 위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줄어든 만큼의 수수료 수입을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줄여 보전하겠다는 것이다. 애꿎은 소비자들만 봉이 된 모양새다.
결국 카드사가 그토록 찾던 상생공헌은 말뿐이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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