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현재 이들 ‘빅3’ 생보사를 비롯해 22개 생보사에 대해 전면조사에 착수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향후 공정위 조사결과, 이들 생보사에게 부과되는 과징금이 종전에 개인보험 이율 담합과 관련해 부과된 과징금 보다 훨씬 규모가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담합을 통해 이미 막대한 이익을 얻은 ‘빅3’ 생보사는 리니언시제도에 따라 과징금을 일부 또는 전액 감면받을 뿐만 아니라 검찰 고발까지도 피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공정위 입장에서 리니언시제도는 담합 적발과 예방에 있어 매우 요긴한 제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담합을 주도하거나 가장 많은 이득을 얻은 기업에 대해 과징금을 전액 감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리시언시 제도는 무엇이고, 이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편집자 주>
□ 리니언시, 담합 후 ‘고자질’…‘과징금’ 감면 = 리니언시제도란 담합 행위를 자진해서 신고할 경우 과징금을 전액 또는 일부를 감면해 주는 제도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담합 사실을 제1순위로 신고한 법인에 대해서는 과징금 100%를 감면해주고, 2순위는 50%, 3순위는 30%의 과징금을 각각 감액해 주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나쁜 짓을 했지만 함께 나쁜 짓을 한 동료들을 신고할 경우 그 공로를 인정, 일정부분 처벌을 면제하는 혜택을 주는 것이다.
이같은 제도(리니언시)는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지난 1978년 미국에서 최초로 시행됐으며,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부터 이를 벤치마킹해 시행하고 있다.
제도를 처음 시행한 미국의 경우 1997년~2004년까지의 기간동안 담합 기업에 부과한 총 20억 달러의 벌금액 중 90% 정도가 리니언시에 의해 적발된 금액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 1996년부터 제도를 도입한 EU(유럽연합)이 경우에도 해마다 40여건씩 이를 통해 담합을 적발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리니언시제도는 담합 적발에 있어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달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리니언시를 통해 담합을 적발한 비율은 2006년 22.2%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69.2%, 올해 8월까지는 90.4%로 대폭 증가했다고 전했다.
□ 대기업, 리니언시 이용 ‘먹튀’ 논란…개선책 시급 = 리니언시 제도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한 대기업들이 늘고 있다. 실질적으로 이들 대기업들은 담합을 조장한 후 막대한 이익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리니언시를 적극 활용해 과징금 감면 혜택 뿐만 아니라 검찰 고발까지도 면제받고 있다.
일례로 최근 삼성과 대한, 교보생명 등 국내 ‘빅3’ 생명보험사들은 리니언시(자진신고감면제도)를 이용해 수 천억원대에 달하는 과징금을 감면받은데 이어 이번에는 변액보험 담합을 자진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변액보험 담합은 지난 1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인보험 이율 담합과 관련해 생보사 14곳에 대해 부과한 과징금 규모를 훨씬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는 당시 생보사 16곳을 대상으로 담합 조사를 벌인 반면 이번에는 생보사 22곳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향후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 생보사에 대해 부과되는 과징금 규모 뿐만 아니라 일부 생보사에 대해서는 어떤 처벌이 내려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반면 담합을 주도한 ‘빅3’ 생보사는 이번에도 리니언시제도를 통해 과징금 감면 뿐만 아니라 검찰 고발까지도 면제받는 등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개인보험 이율 담합과 관련해 리니언시를 적극 활용한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은 각각 100% 과징금(1342억원) 감면, 50% 과징금 감면 후 789억원을 부과받았다.
또 공정위 조사에 적극 협조한 대한생명은 당초 과징금 486억원에서 20% 감면된 389억원을 부과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담합을 주도한 ‘빅3’ 생보사는 막대한 이익을 챙겼음에도 불구하고 리니언시를 교묘히 이용해 법의 ‘테두리망’을 빠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최초 신고자 전액 감면은 필요하지만 2순위도 무조건 50% 감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2순위 신고자는 사정당국에 가져오는 증거의 질을 따져서 감면 비율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담합 조장 ‘빅3’…리니언시는 ‘보너스’(?) =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생보사 담합 및 리니언시와 관련해 동종업계에서 삼성과 대한, 교보생명 등 국내 ‘빅3’ 생보사의 편중과 담합이 매우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1회계연도 1분기(4~7월)에 23개 생보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90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삼성생명은 309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교보생명 2233억원, 대한생명 1527억원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이들 3사의 순익을 합치면 6854억원으로 생보업계 전체 순익의 62.8%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들 3사에 이어 1분기 순익이 많은 업체는 미래에셋생명으로 645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 ‘빅3’가 막대한 수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리니언시를 통해 면죄부까지 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수십 년간 보험 사업으로 축적된 자산이 많아 이를 운영하다 보니 순익이 타사에 비해 많을 수밖에 없다”며 “리니언시와 관련해서는 공정위와 관련된 부분이라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형 생보사 관계자는 “생보업계의 경우 빅3의 결정으로 나머지 업체들이 따라가는 구조”라며 “담합을 했다면 이들 3사의 책임이 가장 큰데 리니언시를 통해 빠져나가면서 가장 많은 순익을 챙기는 건 분명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 과징금 감면 혜택 ‘대기업’ 집중…공정위 ‘나 몰라라’(?) = 담합을 적발하고, 예방하기 위해 마련된 리니언시제도가 당초 취지와는 달리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결국,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횡포를 무릅쓰고, 대기업 주도의 담합을 자진신고하기에는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2008년부터 올 8월까지 대기업들은 공정위 담합조사 개시 직후 리니언시를 이용해 무려 3891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감면받았다.
또 지난 2009년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6693억원)이 부과된 액화석유가스(LPG) 담합사건은 담합을 주도한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SK에너지와 SK가스가 자진신고를 통해 총 2500억원의 과징금을 감면받은 바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CJ의 경우에는 지난 2006년 밀가루와 세제가격을 담합한데 이어 2007년 설탕 가격 담합으로 공정위에 적발됐지만 자진신고를 통해 검찰 고발 면제와 함께 과징금 면제 혜택을 얻었다.
아울러 최근 공정위가 삼성과 대한, 교보생명 등 국내 ‘빅3’ 생보사에 대해 리니언시 혜택을 부여한 상황을 감안할 때 ‘리니언시 = 대기업’ 공식이 성립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각지대에 있는 담합을 적발하기 위해 리니언시 제도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대기업에 과징금 감면 혜택이 집중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담합을 주도한 기업에 대해서는 자진신고를 하더라도 과징금 감면 혜택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며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리니언시 제도 등을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외국의 리니언시 활용 빈도는? = 리니언시 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독일, 영국, 캐나다, EC, 프랑스, 등 약 40여개국에 이른다.
특히, 이 가운데 미국은 1978년 리니언시 제도를 도입, FBI를 동원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발이 쉽지 않아, 대부분 리니언시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또 EC의 경우에는 1996년 리니언시 제도를 도입한 후 2002년 2월과 2006년 12월 제도개선을 통해 사건처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일본의 경우 2005년 4월 법개정을 통해 리니언시 제도를 도입한 후 현재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리니언시 신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아울러 일본은 기존 조사개시전 1순위 자진신고자의 감면율 범위를 75~100%에서 일정 요건에 해당될 경우 자동적으로 완전면책하고 있다.
한편 미국과 독일, 캐나다, 호주는 단독으로 담합을 주도한 기업에 대해서는 1순위로 자진신고를 해도 과징금을 면제해주지 않고 있다.
영국과 일본은 원칙적으로 1순위 자진신고 기업에 대해 과징금을 전액 면제하되, 정부의 판단에 따라 혜택을 축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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