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행정부는 그동안 경제를 살리기 위해 두 차례에 걸친 대규모 양적완화 등 정책을 썼지만 반대로 디플레이션이 도래하는 '아이러니'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실업률은 거품이 터지기 이전보다 두 배를 유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소득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만일 이 증세가 지속된다면 경기 침체 속에서의 물가 하락, 즉 디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장기적인 경기 하강 국면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각 기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2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조슈아 데너라인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모델을 돌려보면 지표가 모두 디플레이션을 가르키고 있다”며 “금융 정책이 없었다면 지금 국면은 벌써 분명한 디플레이션”이라고 단언했다.
많은 경기 전문가들은 FRB가 6000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은행 등 금융 시스템에 쏟아부을 때인 1년 전 보다 물가 상승률이 낮아졌다고 보고 있다. 9월 인플레이션률은 3년래 최저치인 3.9%를 기록, 내년 2012년 10월에는 1.3%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나 중앙은행이 또 다른 액션을 취해야 할 국면에 접어든다. 즉 디플레이션을 막고 경기를 살리는 과감한 재정·통화정책도 예상되고 있다. 시카고 대학교의 란델 크로스즈너 이코노미스트는 “대공황 이후 지금이 가장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보통 중앙은행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타나면 금리를 내리지만, 현재 디플레이션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별로 없다고 봐야 한다. 이미 실질 단기 금리는‘0’에 가깝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되기 전에 심리적인 디플레이션을 미리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만일 소비자나 기업들이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소비나 생산을 꺼리게 되면 전체 경제는 더더욱 악순환을 겪게 된다.
이에 따라 만일 3분기 경제성장률이 2.5% 이하로 나오면 FRB는 더욱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쓸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비록 2분기 성장률보다 높지만 일본 쓰나미와 지진 피해 및 오일 쇼크의 충격에서 벗어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호전 국면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월가의 한 전문가는 "그동안 막대한 돈을 시장에 쏟아 부었음에도 경기가 살지 않고 물가가 하락하는 것은 곳곳에 돈의 흐름을 막는 요인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부동산 경기는 경색된 융자 관행 때문에 살아나지 않고, 유휴 자금이 은행에서 썩고 있는 상황에서 FRB가 돈을 아무리 많이 찍어 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미국)=송지영 특파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