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민심은 '경제'에 요동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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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1-1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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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비리와 염문을 뿌리던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총리(74)가 17년 동안의 장기집권을 마감했다. 오랜 기간 권세를 누리던 그를 끌어내린 것은 먹고사는 데 지친 '민심의 이반', 근본적으로는 '경제'다.
 
1994년 첫 총리 선출 이후 두 번의 실권(失權), 그리고 재집권. 베를루스코니가 장기간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자수성가한 이탈리아 3위의 부자로 대중적 신망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절대권력의 손 아래에서 지난 15년간 연평균 0.75%의 저성장을 거듭했다. 무능하고 부패한 국가권력이 나라 경제를 망친 것이다.
 
절대권력은 저성장에 불만을 품은 민심을 달래기 위해 3000조원에 달하는 국채를 해외에 내다 팔며 국민의 원성을 달랬다. 국가를 볼모로 자신의 정치적 영생을 노린 셈이다.
 
베를루스코니는 미성년자 성매매와 탈세, 뇌물 등으로 400번 이상의 검찰 조사와 8건의 재판을 받으며 재판장에 2500번이나 들락거리는 등 도덕성에 결점을 보여 왔다. 하지만 나랏돈을 이용해 정치적으로 면죄부를 받았다.
 
너무 무리한 탓일까. 이탈리아 국채 발행량이 늘고 상환에 대한 부담이 커지며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속속 이탈리아 국채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고, 국채 수익률도 7%에 육박했다.
 
베를루스코니의 장기집권 공식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그도 시장의 논리와 뒤돌아선 민심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지난 8일(현지시간) 열린 예산 승인 표결에서 베를루스코니가 정부를 이끌 수 있는 의회 과반 의석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순간이다. 베를루스코니는 유럽연합(EU)에 약속한 경제개혁안이 의회의 승인을 받으면 바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53번이나 되는 신임투표를 헤쳐온 그였지만 이번 유럽 재정위기의 파고는 피하지 못했다.
 
한국도 1997년 외환위기로 정권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50년 만에 정권교체가 일어났다. 국민들이 먹고살기 힘들어지면 민심은 무섭게 돌변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정치인들도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해야 하는지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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