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민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캐나다가 베이징시에 배정한 이민건수 규모는 겨우 50건에 달하는 반면 중국 베이징 주민의 캐나다 투자이민 신청건수는 모두 1222건에 달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부동산 중개업체에는 매일 집을 보러 오는 중국인 투자단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지 신문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남부 산마리노 지역에는 지난 해 팔린 고가주택(300만 달러 이상) 15채 중 11채를 중국인이 구매했습니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중국인 절반이 미국으로 이사오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해외 국적을 취득해 이민을 가려는 중국인의 ‘탈(脫)중국’붐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사실 중국인의 해외 이민은 지난 19~20세기부터 있었습니다. 당시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으로 건너간 중국인들은 쿨리(苦力 coolie)라고 불리며 노동 착취를 당했죠.
반면 오늘날 해외 이민은 이러한 하층 노동자 위주가 아닌 중국 부자 관료 엘리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중국 부호연구 전문기관 후룬(胡潤)연구소와 중국은행이 최근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부자(1000만 위안 자산 보유자) 980명 중 60%가 이민을 고려 중이거나 이미 이민을 한 것으로 나타나 사회에 충격을 안겨다 주었죠.
실제로 미국 이민국에 따르면 미국 투자이민자 중 중국인이 4분의 3을 차지합니다. 2011년 투자이민(EB-5)를 신청한 중국인은 모두 2969명. 이중 겨우 934명이 허가를 받았습니다. 지난 2007년까지만 해도 미국에 투자이민을 신청한 중국인 수는 겨우 270명에 그쳤습니다. 3-4년 사이에 무려 10배나 급증한 것이죠.
중국 유명 연예인들은 외국 국적 정도 하나쯤은 마치 든든한 보험처럼 가지고 있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중국 국민배우 궁리(鞏俐)나 리롄제(李連杰)가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해 중국인을 격분시켰죠.
이처럼 중국인의 탈중국화가 거세지고 있는 이유로는 중국의 경직된 교육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힙니다. 더 나은 자녀 교육을 위해 해외이민을 결심하게 된 것이죠. 그리고 중국 내 악화된 기업 비즈니스 환경, 치솟는 물가와 집값, 끊임없이 터지는 식품안전 문제, 불안전한 법률시스템 등도 원인으로 지적됩니다.
이러한 중국인의 해외이민 열풍은 갖가지 문제를 수반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부패관료들의 해외 이민 문제입니다. 중국어로는 ‘뤄관(裸官)’이라 부르는 이들 공무원들은 가족을 모두 외국에 이주시키고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채 언제든 출국할 수 있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에서도 이들의 부패와 해외도피를 방지하기 위해 관리감독의 고삐를 조이고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우수한 인재나 국부(國富)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최근 ‘부유층의 해외투자 이민으로 지난 3년간 약 200억 위안의 국부가 해외로 빠져나갔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베이징이공대 후싱더우(胡星斗) 교수는 홍콩 밍바오(明報)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부자들이 해외로 유출한 자금 때문에 중국 경제가 ‘붕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내놓았죠.
해외 이민을 떠나는 중국 부자를 바라보는 네티즌의 눈길도 곱지는 않습니다. 대다수 네티즌들은 중국 부자들의 해외 이민을 법적으로 제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중국은 지난 수 년간 두자리수 경제성장을 지속해 오면서 세계 2대 경제체제로 우뚝 섰습니다. 공산당 창당 기념일이나 국경절에는 ‘살기좋은 중국’이라는 구호가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할수록 중국이 싫다고 떠나는 부자들이 많아지는 것은 중국내 각 분야의 낙후한 사회 시스템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 당국의 새로운 고민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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