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식량차관 9억弗 떼일 위기… '편법' 지원이 화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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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1-1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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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김현철 기자) 정부가 북한에 제공했던 식량지원 차관 9억 달러를 고스란히 떼일 처지에 놓였다.

내년 상반기부터 만기가 도래하지만 최근 남북 관계가 급속히 경색된 데다 북한이 상환을 거부할 경우 취할 수 있는 조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도적 차원의 쌀 지원을 차관 형식을 빌려 추진했던 것 자체가 문제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17일 통일부와 수출입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6회에 걸쳐 지원했던 대북 식량지원 차관의 거치기간이 종료돼 내년 상반기부터 상환이 시작된다.

상환액은 8억7532만 달러(원금 7억2004만 달러, 이자 1억5528만 달러)이며 내년 6월 상환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은 583만 달러다.

그러나 상환이 원활히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관계가 얼어붙은 데다 대북 경제제재 조치까지 행해지고 있어 북한이 빌린 돈을 제대로 갚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상만 중앙대 북한개발협력학과 교수는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경제제재 조치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상환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정부도 받아내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이 상환에 불응해도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남북 간 식량차관 제공에 관한 합의서’에는 상환기간(거치기간 10년 후 20년 분할 상환)만 명기돼 있을 뿐 상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포함돼 있지 않다.

지연배상금을 연 2%로 정해 놨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정부도 상환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답변만 거듭하고 있다.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북한이 갚지 않을 경우 강경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다”며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신중히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합의서는 ‘남북 당국이 합의할 경우 현물 등 다른 방법으로 상환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를 위한 협의 창구를 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의 조선무역은행과 차관 계약을 맺었던 수출입은행은 정부 눈치만 보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애초에 쌀 지원을 차관 형식으로 진행했던 것이 잘못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교수는 “쌀 지원에 나설 당시 국내에서 대북 퍼주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 정부가 차관이라는 편법을 동원한 것”이라며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했기 때문에 지금 와서 돈을 갚으라고 채근할 경우 체면만 깎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받기 어려운 돈을 차관 형식으로 빌려주는 바람에 국가 간의 계약을 함부로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나쁜 전례만 남기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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