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김효곤 기자hyogoncap@ |
(아주경제 한운식 기자)
먼저 퀴즈 하나.
삼성은 이동 통신 사업 진출을 모색한 적이 있다, 없다.
답은 '있다'.
시계 바늘을 잠시 90년대 중반께로 되돌려 보자.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이 주축이 된 삼성은 지난 1996년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사 선정 당시 현대전자와 손 잡고 ‘에버넷’으로 지원했다가 탈락한 바 있다.
이 때 삼성에게 패배의 쓴 잔을 안져 준 쪽은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 였다.
이후 삼성은 이통시장 불참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통신 장비와 단말기 분야에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가운데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 진출해 다른 기업들의 견제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IMF 이후 지켜져 온 재벌 간의 '고유 영역 침범 안 하기'라는 묵계(默契)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외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이런 원칙을 지킨다는 명분이 점차 희석되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 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런 분위기에서 삼성이 이통통신 사업 진출을 재차 시도하고 있다.
'반값 요금'을 앞세운 제 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에 때를 맞춰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8일 접수를 마감한 결과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 한국모바일인터넷(KMI) 2곳이 사업허가 신청서와 주파수 할당 신청서를 제출했다.
21일 삼성전자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제 4 이통 신청사업자 2곳 모두에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참여 하고 있다.
이른 바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삼성전자는 KMI와 IST에 각각 370억, 400억원을 현물로 출자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다음달 사업 계획 심사를 실시해 2곳 중에서 한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여기서 퀴즈 둘.
누가 제 4이통 사업자로 더 유력할까.
답은 '아직 알 수 없다'.
2곳의 실력이 '도토리 키재기' 식으로 비등비등해서다.
하지만 누가 뽑히던 삼성전자는 '실질적 승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는 형국이다.
우선 당장 삼성은 매년 수천억에 달하는 통신 장비를 독점공급 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조시룡 IST 이사는 "제 4 이통 사업자로 선정되면 컨소시엄에 현물 출자 방식으로 참여한 삼성전자가 장비 공급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될 것은 삼성의 노림수가 또 다른데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 진출이다.
'꿩 먹고 알 먹고'식으로 우선 통신 장비를 팔아 먹고 나중에는 지분 확대를 통해 경영권에까지 관심을 둔다는 것이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막대한 규모의 설비 투자를 필요로 하는 통신 사업에서 제 4이통사가 KT·SK텔레콤·LG유플러스 기존 이통 3사가 경쟁하려면 기본적으로 탄탄한 자본력이 갖춰줘야 한다"며 "이 때문에 삼성이 추가 출자 등을 통해 이통 사업 사업에 진출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복수의 삼성전자 관계자는 " 시장 일각에서 돌고 있는 이통 시장 재진출설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현물 출자 외에 경영 참여 계획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삼성의 극구 부인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이통 사업 진출 재시도설(說)은 당분간 수그러질 않을 전망이다.
급변하는 국내외 통신시장 환경이 삼성을 시장 경쟁의 한 축으로 끌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