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제연구기관들에 따르면 국책연구기관을 포함해 내년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내놓은 19개 기관은 유럽발 재정위기가 심화로 수출이 둔화되면서 내년 국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3%대 후반으로 추정했다.
최근 KDI가 상반기 3.2%, 하반기 4.2%를 전망한 가운데 다른 예측기관들도 대체로 이와 엇비슷한 수준의 전망치를 발표하고 있다. KDI를 포함해 국내 5대 경제연구소(금융연구원·삼성경제연구소·LG경제연구원·현대경제연구원)의 연평균 성장률은 3.7%다.
해외 투자은행(IB) 연구소도 같은 결과를 내놓았다. 노무라증권(5.0%)과 JP모건(4.0%)를 제외하고 모두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전망치를 내놓았다. 심지어 UBS증권은 2.8%로 3%를 밑돌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우리투자증권(4.1%), 한국투자증권(4.2%)만이 잠재성장률을 웃돌 것으로 예측했다. 대우증권은 3.3%로 국내사 가운데 내년 경기를 가장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다소 낙관적 견해를 보인 한국투자증권 역시 내년 상반기에는 3.1%로 크게 부진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되지 않으면 하반기(5.2%) 성장 회복도 낙관할 수 없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게는 수출둔화에 따른 경기 침체 국면이 연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 총선과 대선 등 잇따르는 정치일정에다 가계부채 등의 문제가 겹쳐 있어 어느 때보다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내달 경제전망을 발표하게 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는 내년 우리 경제가 4.5%, 한은은 4.6% 성장을 각각 예상하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내년에도 한국 경제는 대외적인 변수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며 “미국 등 선진국 경기도 유럽문제에 따라 좌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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