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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음덕(陰德), 심덕(心德) 공덕(功德)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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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1-2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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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택 예술의전당 사무처장

박성택 예술의전당 사무처장
연말이 다가오고 입가에 입김이 보일 정도로 날씨가 쌀쌀해지면 우리는 언제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을 먼저 생각하곤 하였다.

그러한 풍습은 오래전부터 미풍양속이 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풍습이 지금까지 내려올 수 있었던 이유는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환난상휼이나 상부상조와 같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서가 있었기 때문이며, 조상의 슬기로움과 너그러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우리 조상들은 남을 도울 때에도 마음자세와 방식을 중요시 했는데 그 이유는 돕는 사람의 마음자세에 따라 그 도움이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돕는 사람의 마음을 배려하지 않을 때는 그 후의가 후의(厚意)는 오히려 독이 되어 사람들에게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주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또한 남을 도움으로 해서 쌓아지는 덕도 달라진다.

 전한(前漢)시대 유안(劉安)이라는 사람은 ‘회남자(淮南子)의 인간훈편(人間訓篇)’에서 남을 돕는 것을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첫 번째를 음덕(陰德)이라 하였으며, 두 번째는 심덕(心德), 마지막으로 세 번째를 공덕(功德)이라고 하여 음덕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다. 음덕을 실천하는 방법은 성경에도 나와 있다. “사람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너희 의를 행치 않도록 주의하라.

 그렇지 아니하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상을 얻지 못하리라”, “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 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이 은밀하게 하라”라는 구절이다. “남몰래 덕을 베푸는 사람은 반드시 그에 따른 보답이 있고, 숨은 행실이 반듯한 사람은 밝은 이름이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음덕의 기본 이념은 예술의 기본정신인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이타정신과 이념을 같이 한다. 두 번째 심덕은 마음으로 남을 도우려 하고 동정하는 것으로 주로 측은지심(惻隱之心)에서 발로한다. 세 번째 공덕은 자신이 가진 권력과 재물로써 남을 돕는 것이라 하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주변에서 첫 번째인 음덕보다는 공덕을 베푸는 것을 자랑거리로 삼으려는 작태를 자주 접하게 된다. 그것도 타인에 대한 배려가 기본이 되는 예술현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공연장 로비에 현수막을 내걸고 자신이 초청한 사회소외계층이 관람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자랑거리로 삼곤 한다. 특히 자신을 자랑하고자 초청자의 얼굴을 불특정 다수에게 여과 없이 알릴 수 있는 사진이나 영상과 같은 매체를 이용하는 것은 매우 심각하다.

 이러한 행위는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의 명예심을 훼손하여 평생 지울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흉기가 되곤 한다. 

 혹자는 이러한 현상이 자본주의 시대의 특징이라고 한다. 어떤 이는 기업의 사회공헌을 알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은 씁쓸하기만 하다. 받는 사람의 마음도 헤아릴 줄 알아야 즉 진정한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과거에도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물질적으로 돕는다는 빌미로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높이고자 했던 불쾌한 사례들도 적지 않게 접해왔다. 또한 그때마다 그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들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이와 같은 행위들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예술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자신의 명예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며, 평소 예술에 대한 관심 없이 그저 자신의 명예를 높이려는 수단으로만 이용하려는 데에서 기인한다.
 
 예술은 본디 배려를 통해 사람과 사람을 이해시키고 연결시켜 소통의 근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에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일들로 인해 계층 간의 소통은 많은 방해를 받는다. 게다가 대중에게 예술을 갖은자만의 사치재로 인식시켜 예술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이는 암적인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우리도 과거 어려운 시기를 거쳤다. 그 때는 먹을 것과 입을 것 모두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소득도 올라가 생활의 윤택함도 누리며, 남을 도울 수 있는 처지에 이르렀다. 

 삶의 여유도 생겨 우리 삶의 주변을 더욱 잘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 

 공덕을 자랑하기보다는 진정성에서 발로한 음덕을 기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이해와 배려가 근간인 예술현장에서는 음덕을 쌓으려는 자세가 더욱 필요하다.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사회에서 진정한 소통도 이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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