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핵심국인 벨기에의 국채 수익율이 폭등하고 최우량국인 독일도 국채 발행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는 등 위기의 불길이 핵심국가로 계속 번지고 있다. 유로존의 3대 경제강국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정상들은 24일(현지시간) 경제위기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회동했으나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다.
외신에 따르면 벨기에 10년 만기 국채의 금리는 23일 5.19%로 뛰며 기준채인 독일 국채(분트)와의 차이(스프레드)가 유로화 도입 이래 최고치인 330bps(3.3%) 차이로 벌어졌다.
지난달만 해도 벨기에 10년물 국채 금리는 4% 선이었다. 올해 초에 비해선 금리가 삽시간에 2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벨기에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내는 이자가 그만큼 늘어나 정부 재정을 더 어렵게 하고 나아가 기업들도 힘들어지는 악순환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엔 전반적인 유로존 채무ㆍ금융위기의 심화 외에 이른바 덱시아 사태와 정치적 불안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벨기에와 프랑스의 합작사인 덱시아 금융그룹은 그리스 국채 등 다량의 불량채권을 보유,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 부도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양국은 부실자산을 따로 모아 배드뱅크로 만들어 정부가 지급보장하고 핵심 사업을 제외한 우량자산은 매각해 회생자금을 조달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벨기에 정부가 지급보장을 해줄 수 있는 자금력이 부족하고 지원자금을 고금리로 조달할 수밖에 없어 회생계획이 실현되기 어렵다고 판단, 프랑스와 재협상에 나서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속히 악화됐다. 여기에다 벨기에내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심각한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500여일 넘게 지속된 ‘무정부’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자 시장의 불신은 더욱 커졌다.
이날 프랑스 국채의 분트와의 스프레드도 179bps로 전날보다 16bps 더 벌어졌다. 이날 프랑스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62%로 지난주 보다는 약간 떨어졌지만 독일(2.02%)과 비교하면 1%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국제적 신용평가업체인 피치와 무디스는 유럽 지역의 부채 위기가 악화하면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도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페인 역시 3개월물 국채 낙찰 금리가 한 달 만에 두 배 이상 뛰어오른 5.11%를 기록했다. 이는 그리스 보다도 단기자금 조달 비용이 높은 것이다. 스페인 국채 10년물도 6.89%로 5bps 높아졌다.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7.01%로 13bps 올라 이른바 구제금융으로 가는 출발점이라는 7%를 다시 넘겼다. 최근 들어선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의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문제는 이젠 재정 위기가 안전자산인 독일로까지 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는 점이다.
이날 독일 10년만기 국채는 17bp 상승한 2.14%를 기록하며 영국 국채 수익률을 웃돌아 긴장감이 감돌았다. 독일 재무부는 이날 10년 만기 국채 입찰에 나섰지만, 발행 목표치를 채우는 데 실패했다. 국채 10년물 60억 유로어치를 발행하려고 했으나 36억4000만 유로만 발행하는데 그쳤다. 독일 국채의 수요가 부족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어서 투자자들이 이제는 위험국 뿐만 아니라 독일을 포함한 유로존의 모든 국채를 기피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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