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갑부이자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지난 9월 뉴욕타임즈에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라”는 요지의 기고문을 게재하면서 시작된 일명‘버핏세’논란이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 부자 증세안은 미국에서 이미 지난 가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한 재정적자 감축 방안의 하나로 공식 제안됐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 적자의 늪에 빠진 국가 재정을 구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야당이 부자 감세 철회를 요구하며 부유세 도입을 주장한 데 이어 여당에서도 이의 도입 여부를 놓고 당정간에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버핏은 당시 기고문에서“자기 같은 부자들의 소득세율이 17.4%인데 반해 중산층은 30% 이상을 내고 있다”며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부자들의 세율을 적어도 중산층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핏은 기고문에서 “자신의 비서는 36%의 세금을 내는데 자기같은 초부자에게 오히려 낮은 세율을 매기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며 거의 40% 정도는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주 미국 연방 의사당을 방문한 미국의 100만장자 모임 대표들도“부자 증세를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의회의 적극적인 법안화를 요구했다. 블룸버그통신의 국제 기관투자가 설문 조사에 따르면 버핏세 도입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63%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스펙트럼 그룹이 지난 10월에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도 100만 달러 소득자의 68%가 부자 증세를 찬성한다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왔다.
버핏과 미국 부자들의 이같은 주장은 전세계적인 재정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공화당 등 일부를 제외하곤 여러 국가에서 적극적인 환영을 받고 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국가들에서도 버핏과 같은‘깨인’부유층의 비슷한 주장이 잇달아 나왔다. 프랑스의 로레알 그룹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 등 억만장자 16명은 버핏의 주장에 앞서 지난 8월‘부유층 특별 기부세’를 만들라는 청원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독일의 부자들 일부도 유럽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2년간 한시적인 5% 부유세를 더 거두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 부자들은“국가의 시스템과 유럽 환경의 혜택을 받아 부자가 되었기 때문에 부의 일부를 사회에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 재정위기의 근원지인 그리스와 스페인에서도 약 70만 유로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부유층에서 세금을 더 거두어 일반 서민의 복지 혜택이 줄어드는 것을 막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연대세(solidarity tax)란 이름으로 3%의 부유층에 세금을 더 부과하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다. 덴마크에서 새로 집권한 헬레 토르닝 슈미트 총리도 교육, 건강 등 복지 분야의 재정 지출 마련을 위해 부유세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은 이미 대지진과 쓰나미 재난 이후 부자일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부자세안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약 11조2000억원의 세금을 거두어 대지진 복구 및 재건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미 공화당은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어떠한 방식으로든 증세가 되면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저해가 된다”며 버핏세 도입에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버핏세는 재정위기에 처한 각국의 사정과 맞물려 이래저래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워싱턴(미국)= 송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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