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등 외신들은 23일(현지시간) 살레 예멘 대통령이 시민들의 권력 이양 요구에 동의, 90일 안에 차기 대통령 선거를 치를 것을 약속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살레 대통령은 이날 “지난 10개월간의 불화는 문화와 발전, 정치 등 예멘 사회의 모든 분야에 큰 충격을 줬다”면서 “국민 통합을 저해하고 지금까지 이룬 성과를 파괴했다”며 서명했다.
살레 대통령은 차기 대선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하지만 압둘 라부 만수르 하디 부통령에게 권력을 이양하면서 사실상 퇴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살레 대통령은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장기집권한 권력자다. 군사력을 틀어 쥐고 33년간 장기집권했으나 예멘에 아랍에서 가장 빈곤한 국가라는 초라한 성적표만 안겨줬다. 인구 2300만명 가운데 절반 가량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연명하고 남·북 예멘을 통일 이전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분리 운동까지 겹쳐 정치적 혼란이 더해졌다.
지난 10개월간 분노한 국민들은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민주화 시위를 벌였으며, 최근까지 군부의 강경 진압으로 15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유혈 사태가 중단되기를 기대한다고 논평했으나 예멘의 정치지도자들은 여전히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살레 대통령이 퇴진을 조건으로 합의내용을 임의로 변경했다며 형사처벌을 촉구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살레 대통령은 그동안 시위를 유혈 진압하는 동시에 중동걸프연합의 중재안 서명 약속을 3차례나 번복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살레대통령이 차기 정부로 다시 복귀하는 조건으로 합의했다는 추측도 나돌았다.
민주화운동을 해 온 한 시민 우스라 알 하마디는 “우리 희생자들의 피를 뿌린 킬러를 왜 도망가게 하는가”라며 “우리가 요구한 조건 가운데 한 가지만 충족한 것이고 조건이 모두 이뤄지기 전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의 이목은 이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쏠리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퇴진의 압박을 받는 유일한 중동 국가의 지도자로 남은 아사드 대통령은 아버지에게 권력을 승계받아 11년째 집권하고 있다. 지금까지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강경진압해 3500명이상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드 대통령은 지난 19일 영국 주간지 인터뷰를 통해 “시위대와 충돌은 계속될 것”이라며 “시리아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계속된 강경진압을 의지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번 살레 대통령의 퇴진으로 아사드 정권이 순항하지는 못할 것이란 게 국제사회의 전망이다. 이번 예멘의 살레 대통령 퇴진에 자극받은 시리아의 민주화 시위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고 아랍연맹(AL)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더욱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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