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력 활용, 일과 가정의 조화 모색이 핵심이다

-최금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저출산 현상이 사회문제로 부각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2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1.74명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 2010년 OECD 국가 가운데 밑에서 세 번째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을까?

저출산 문제의 해답을 늦어진 결혼연령에서 찾는 사람들도 있다. 2009년 통계청이 발표한 혼인통계에 따르면 평균 초혼연령이 여자 28.9세, 남자 31.6세로 1990년과 비교해 평균 4년가량 늦어졌다. 그렇다면 결혼연령이 늦어진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결혼과 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를 원한다. 또 일부 여성들은 결혼보다 오히려 일을 더 원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여성 취업의 발목을 잡는 것은 바로 출산과 육아다. 대다수의 젊은 여성들에게 맞벌이가 불가피하지만, 출산과 육아가 이루어지는 30~34세 사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급격하게 떨어지게 된다. 여성의 연령대별 경제활동 참가율 곡선이 이처럼 M자형(20대 때는 올라갔다 30대 때는 떨어지고 그 뒤 서서히 오르는 모습)을 이루는 것은 일하는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가 큰 부담이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여성근로자의 70%가 임시 및 일용직 근로자인 비정규직로서 대부분 출산과 육아휴직에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나라의 장시간 근로시간과 '일 중심 문화'가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어렵게 하는 중요한 장애요인으로 한몫 하고 있다. 올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12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맞벌이 부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약 3분의 2(63.7%)가 "일과 가족생활이 불균형적"이라고 응답했고, 이들 가운데 85%는 "가족생활보다 일에 더 치중되어 있다"고 답했다.

여성인력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인적 자원이다. 따라서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과 가정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바로 일터의 변화, 사회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직장이 일하는 여성에게 맞게 변하지 않고는 출산과 육아에 관해 여성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즉 일과 가정의 조화, 결혼의 의미, 자녀 출산 및 양육의 의미와 보람을 재인식하는 것이 필요함을 우리 모두는 깨달아야 한다.

결혼 후에도 일하는 여성의 모습이 행복하고, 경력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으며, 아이를 낳고도 계속 일할 수 있다면 우수한 여성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제도·문화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기업 성과의 향상으로 연계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여성인력의 발굴, 등용을 위한 제도적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새로운 미래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여성인재상을 수립하고 이에 부합하는 여성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유능한 여성인력이 정부와 민간 등 각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남성들의 동참이 필수적이다.

덧붙여 젊은 남녀들의 가치관 재정립도 필요하다. 행복한 삶이란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것 외에 행복한 가정에서의 삶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평범한 가치관이 재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젊은이들은 일과 가정의 조화, 결혼의 의미, 자녀 출산 및 양육의 의미와 보람을 재인식해야 한다. 맞벌이 부부들이 자녀 양육을 걱정하지 않고 여성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조화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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