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신경분리 놓고 내홍 가속화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농협이 내년 3월로 예정돼 있는 신ㆍ경 분리와 관련한 조직개편안을 두고 몸살을 앓고 있다.

노동조합이 '무리한 추진'이라며 강력한 반대 투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구조개편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재선에 성공한 최원병 회장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지난 29일 오후 이사회에서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조직 개편과 인력 배치 방안 등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노조 간부 등 44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등 충돌을 빚었다.

사업구조개편은 지난 3월 국회에서 농협법 개정안이 통과된 데 따라 추진되는 것이다. 은행과 보험사 등을 포함한 금융지주(신용사업)와 농축산물 유통 등을 담당하는 경제지주로 분리된다.

노조의 입장은 ‘너무 성급하다’는 것이다.

당초 농협법 개정안에 따르면 사업구조개편은 오는 2017년에 시행토록 돼 있었으나 지난 3월 통과된 재개정안에 따라 내년 3월로 개편 시기가 바짝 앞당겨졌다. 이에 시기상 자체적인 자본 조달이 어렵게 됐다.

노조에 따르면 신경분리를 위해 필요한 자본금 중 부족한 금액은 12조2000억원. 정부가 4조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8조2000억원은 농협이 자체적으로 차입토록 했다.

하지만 지원금인 4조원 역시 3조원은 농협이 직접 차입하고 1조원은 BIS비율을 맞추기 위한 현물출자다. 정부의 직접적인 현금 지원은 이자인 1500억원이 전부다. 결국 11조원 가량의 부채를 농협이 떠안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국금융노조는 “11조원의 빚잔치는 농협의 자산 건전성을 해치고 나아가 BIS 비율 하락을 가져올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노조 관계자는 “조직개편으로 인력이 증가하지만 간부급 이상의 직원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며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현재 추진중인 개편안을 중지하고 당초 개정안대로 2017년에 신경분리를 마무리 짓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최인기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장은 농협 사업구조개편을 당초 원안대로 2017년까지 연기하는 농협법 재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한 상황이다.

반면 농협 측은 노조의 주장 역시 '성급하다'는 입장이다.

농협 관계자는 “정부 지원방안이 아직 확정된 바 없어 차입 규모를 아직까지 언급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최근 예산 심의 과정에서 기존 방안 대신 농협이 당초 요구했던 부족 지원금 6조원을 전액 지원하는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차입을 5조원까지 늘리는 대신에 이자 1000억원을 정부가 추가 부담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4조원 지원방안이 맞다’는 입장이어서 이 같은 방안이 내년 예산안으로 확정될지는 미지수다.

최 회장이 자격 시비 등을 딛고 재선에 성공한만큼 사업구조개편의 책임을 지게 됐지만 악화일로를 걷는 갈등 봉합이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