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판매수수료 인하 제자리 걸음 中?

롯데·신세계 "현재 수수료 인하 작업 중"<br/>공정위 성급한 행보 지적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와 대형백화점 빅3이 전격 합의한 중소납품업체 판매수수료 인하 방침이 답보 상태에 빠졌다.

롯데·신세계 등 대형백화점 2곳이 여전히 준비 중이라는 이유로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백화점만이 공정위가 발표한 내용에 따라 수수료 인하를 적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의 성급한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지난달 8일 공정위는 롯데·현대·신세계 등 3대 백화점과 중소납품업체 판매수수료 인하 실행계획에 대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공정위는 롯데백화점 403곳(50.4%)·신세계백화점 330곳(54.1%)·현대백화점 321곳(51.3%) 등 중소업체가 10월 분부터 소급돼 3~7%포인트씩 수수료 인하가 적용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 달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판매수수료 인하안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롯데·신세계백화점 2곳은 아직 작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백화점 관계자는 “공정위와 시행날짜까지 논의하지는 않았다”며 “합의했다고 해서 갑자기 시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부서에서 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겨우 한 달 전에 발표됐고 많은 협력업체들과 만나 마진율을 결정해야 하는데 하루 아침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대형마트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공정위는 전달 24일 대형마트도 850개 중소납품업체의 판매장려금을 3~5%포인트 내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형마트 측은 합의한 것이 아니라 협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공정위가 발표한 내용은 합의한 내용이 아니라 협의한 내용”이라며 “큰 틀에서는 공감했지만 어떻게 적용할 지는 계속 논의해 가야 한다”고 전했다.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 “공정위 발표 내용을 토대로 곧 이행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판매수수료 인하가 지지부진 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성급한 행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판매수수료 인하안에 급급해 너무 앞서나간 경향이 있다”며 “동반성장이란 취지는 공감하지만 유통업체들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행동까지는 이끌어 내지 못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백화점·대형할인마트들이 결국 판매수수료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공정위는 권고 이외에는 실질적으로 유통업체들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유통업체에게 판매수수료 인하를 강요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며 “결국 유통업체들도 끝까지 버티면서 시행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