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파행국회에도 '정경분리' 원칙을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정경분리(政經分離)' 원칙을 추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용어는 국제외교에서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각각 독자적인 정책을 취한다는 의미다.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중국과 대만도 정치적·군사적 대립과 갈등을 겪고 있지만 경제분야를 포함한 비정치적인 교류·협력은 일관되게 지속함으로써 상호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내에 남북정상회담을 하기 위해서는 이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말이 많다. 그런데 이 원칙이 요즘 국회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강행처리 이후 국회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정쟁(政爭)'과 '경제입법 처리'를 구분하는 '정경분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22일 국회 본회의 이후 지금까지 강도 높은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보다는 여의도공원, 광화문 광장을 누비고 있다. 추운 겨울 들판을 가로지르며 대여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어 들판 '야(野)'자를 쓰는 제1야당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국회 파행으로 인해 피해는 서민이 본다는 점이다. 내년도 예산안 부실 심사가 우려되는 가운데 민생·경제입법도 발목이 잡혀 있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기업 규제 완화책으로 추진된 독점규제·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일반 지주사에 대해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한 이 개정안은 2년 반 동안 국회에서 방치되고 있어 SK 등 기업들이 과징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까지 초래했다.
　
또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해 방어수단을 가질 수 있도록 일명 '포이즌필'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도 처리되지 않고 있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비정규직 대책 마련에도 실패한 상태다.
　
민주당 소속 홍재형 국회부의장은 최근 "한·미 FTA 무효화 투쟁과 국회 의사일정을 나눠서 해야 한다"며 "국회를 지키는 것이 국회의원의 본분"이라고 말했다. 장외로 나간 민주당이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한나라당도 국회 파행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야당을 설득해 국회 정상화를 이뤄낼 책무가 여당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