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부회장이 이달말 사퇴 의사를 밝힌지 하루만인 7일 채권단은 예정대로 팬택을 4년 8개월만에 워크아웃에서 졸업시키기로 했다.
채권단이 박 부회장의 사퇴 발표 이전 협약 채권 2138억원의 해결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팬택은 워크아웃이 연장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담보를 신디케이트론 전환시 11개 은행의 공동담보로 설정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은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이달 말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던 것이다.
박 부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987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포기하겠다고 밝히면서까지 이달말 사퇴하겠다고 한 것은 채권단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 회생을 위해 대주주인 채권단의 희생을 강조한 것 또한 마찬가지다.
1000억원 상당을 희생하면서까지 회사 희생 의지를 드러낸 박 회장의 입장에 채권단이 화답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사퇴 발표 이후 채권단은 채권의 대출전환을 결정하면서 팬택의 워크아웃은 끝나게 됐다.
팬택 관계자는 “워크아웃이 연장될 수도 있었는데 박 부회장의 승부수가 회사를 살렸다”면서 “몸을 던지는 사퇴 발표가 이런 좋은 결과가 나오는데 밑거름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 정말 그만두나
박 부회장은 채권단이 워크아웃 종료를 결정한 이날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팬택 관계자는 “출근하지 않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6일 기자회견에서 겉으로는 쉬고 싶다고 말했지만 워크아웃을 연장하려는 채권단에게 종료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퇴 카드를 썼다는 관측이 나왔다.
박 부회장은 “주주가 경영의 요체로 경영에서 얻어지는 이득이 일체화되지 않고 책임까지 일체화되지 않으면 경영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대주주 경영 책임의 리스크 감당에 따른 이득이 일체화될 수 있도록 채권단이 빨리 결정해야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지 그렇지 않은 상태라면 곤란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채권단이 회사를 보유하고 경영은 자신이 책임지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더 이상 연장되면 안 된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채권단의 워크아웃 종료 결정으로 박 부회장이 사퇴 의지를 거둬들일지 관심이다.
박 부회장이 채권단이 복귀를 요청하면 돌아올 것이냐는 질문에 “그래도 쉴 것”이라고 말한 것은 워크아웃이 끝나지 않을 경우를 염두에 두고 자신의 의지를 강조하면서 나온 말일 수 있다.
기자회견 내내 박 부회장이 사퇴하더라도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으며 복귀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만큼 워크아웃 졸업 결정 이후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사퇴 의사를 접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박 부회장이 채권단의 결정에 화답할 차례다.
◆박 부회장의 승부사 기질
박 부회장의 승부사 기질은 이미 회사 설립과 경영 과정에서 여러 번 드러났다.
1990년대 후반 박 부회장은 잘 나가던 무선호출기 사업을 대기업의 주력산업인 모바일 휴대폰 사업에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2006년에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처했을 때는 4000억원의 지분을 회생자금으로 내놓고 채권단을 설득했다.
박 부회장은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한 뒤 2010년 일반폰이 여전히 대세였던 상황에서도 임직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스마트폰 올인을 선언하고 생산에 집중하도록 했다.
올해 10월에는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올인을 선포하면서 국내에서는 모든 스마트폰을 LTE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흐름에 따른 발빠른 결정과 강인한 의지가 담긴 승부수를 던지면서 박 부회장은 시장을 돌파, 대기업의 마케팅 공세에 대항해 왔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17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는 등 팬택의 경영개선은 남보다 앞선 시장 공략을 통해 이뤄낸 성과다.
워크아웃에서 졸업하게 되면 팬택은 앞으로 새로운 주인을 찾는 과정에도 돌입한다.
박 부회장은 재무적 투자자와 함께 펀드 조성을 통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 경영권 참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경영권과 책임이 일체화되면서 효율성적인 기업 운용을 통해 보다 유연한 전략과 마케팅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3분기 LTE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미 글로벌 5위에 올라선 팬택은 앞으로 선두 업체와 격차를 좁혀가면서 순위 상승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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