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대·중소기업 공생발전의 올바른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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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2-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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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묵 덕성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정부는 지난해 9월 29일 동반성장 정책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생발전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해 왔다. '9·29 동반성장 정책'은 공정거래질서 확립,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 동반성장 추진 점검시스템 구축 등 4대 중점분야와 15개 세부 추진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사는 사회를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는 실천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사자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물론 많은 국민들이 이들 정책에 대해 수긍한다. 실제로 중소기업 기술 보호, 대금 지급관행 및 계약방법 개선, 중소기업 경쟁력 개선을 위한 지원, 동반성장 추진 점검시스템 구축 등의 세부 정책은 시장 기능을 해치지 않으면서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높다.

하지만 9·29 동반성장 정책들 중 일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즉 동반성장지수 산정 및 공표,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 선정,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대한 납품단가 조정 신청권 부여, 기술 탈취 및 납품대금 감액과 관련된 대기업의 입증책임 등과 같은 동반성장 정책은 우리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시장을 교란할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 동반성장지수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맺은 협약사항 준수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체감도 평가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 중 체감도 평가에서 글로벌 표준을 따라가는 대기업은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오늘날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기업들은 경쟁력을 갖춘 소수의 공급사에 물량을 몰아주고, 공급사들을 핵심·준핵심·일반 표준 등의 집단으로 나누어 각종 지원, 거래방법, 협력 정도 등에서 차별한다. 만약 특정 대기업이 이러한 관리방식을 적용하면 중소기업의 체감도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것이다. 왜냐하면 1차 협력사 집단에 들지 못한 협력사, 차별대우를 받는 협력사들이 대기업에 좋은 평가를 해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반성장지수를 산정하여 발표하는 정책은 우리나라 협력 네트워크들이 글로벌 표준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정책은 해당 업종의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기업들의 혁신동기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고, 조합에 납품단가 조정 신청권을 부여한 정책은 시장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원가절감 혁신을 약화시킬 위험을 지니고 있다. 금년 초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던졌던 '초과이익공유제도' 또한 우리나라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국민들의 후생을 줄일 위험을 다분히 지니고 있다.

우리는 공생발전 정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글로벌 경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강한 늑대가 있는 생태계에서 사슴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욱 강해져야 한다. 반대로 늑대는 강한 사슴을 먹이로 취하기 위해서는 한층 더 강해져야 한다. 이와 같이 경쟁을 촉진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가질 때에 우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은 보다 큰 떡을 가지게 된다.

MB 정부가 진정으로 계층간의 공생발전을 바란다면 조세개혁을 해야 한다. OECD에서 집계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OECD 33개국 중 끝에서 다섯 번째다. 또한 국민 중 세금을 내는 소득자의 비율이 OECD 국가들은 평균 84%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50%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빈곤층이 세금 및 이전(transfers)을 통하여 지원받는 정도는 OECD 국가들 중에서 꼴찌다. '공생발전'이 헛된 구호인 셈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자유방임에 가까운 경쟁을 조장하고, 그 열매를 재정 조세제도를 통하여 나누는 북유럽 국가들이 우리보다 많게는 4배까지 높은 수준의 1인당 GDP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사회적 소요가 적고 글로벌 재정위기 속에서도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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