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에 따른 우리측의 조문 문제에 대해 정부 차원의 조문단은 보내지 않고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유족에게는 '답례' 차원에서 방북 조문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조의 표명과 관련,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는 선에서 정리했다. 노무현재단 등의 추가 조문 요구 등 갈등은 존재하지만 '김일성 사망' 당시 남·남, 남·북 갈등을 부추겼던 '조문파동'은 재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김일성 조문 파동의 학습효과가 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 정부는 '조문외교'를 썩 괜찮게 펴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국가원수가 세상을 떠났을 때 행하는 조문외교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키 위한 고도의 외교수단 중 하나다. 이 수단은 잘 쓰면 약이요, 못 쓰면 독이 되기도 한다.
1976년 마오쩌둥 중국 주석이 사망했을 때 당시 포드 미국 대통령은 국가 차원의 조문단을 베이징으로 보냈다. 미·중 국교 정상화의 물꼬를 텄던 닉슨 전 대통령이 조문사절이었다. 이후 중국의 개혁·개방은 활성화됐으며, 미·중 경제협력 관계도 동반성장했다. 이는 조문외교가 긍정적 효과를 발휘한 경우다.
1994년 김일성 북한 주석이 사망했을 때 당시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즉각 애도를 표시하고 북·미 고위급 회담을 진행한 갈루치를 북한대표부로 보내 조문케 했다. 반면 김영삼 정부는 즉시 전군 비상경계태세를 지시하고 미국의 조문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이에 재야단체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준비위는 조문사절 파견을 요구했고,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도 방북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조문을 하지 않았고 남북관계의 경색은 물론 국내 정국도 악화일로를 걸었다. 조문외교의 대표적 실패 사례다.
현 정부는 이같은 전례를 면밀히 살펴 국론이 분열치 않고 국민이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이번 정국을 잘 풀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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