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정착한 재영 조선인연합회 김주일 사무총장 등 탈북자 4명은 20일 오후(현지 시간) 주영북한대사관 현관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와 사망을 축하한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부착하고 건물 진입을 시도 했다.
이들은 주영북한대사관을 찾아 현관문 옆에 김정일의 사진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을 축하드리며'라는 제목의 한글과 영문 유인물을 붙이다 북측 인사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뿐만 아니라 바닥에 김 위원장의 사망을 축하한다는 의미의 꽃다발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들은 철제로 된 정문으로 들어가 현관 초인종을 눌렀으나 북한측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초상화와 유인물을 부착한 뒤 만세라고 외치고 축하의 의미로 박수를 쳤다.
이들은 “우리가 김 위원장의 급사를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인민들의 손으로 독재자를 심판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언론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모두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처럼 보도되는 것이 안타까워 행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대사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영국 경찰은 김 사무총장 일행을 경찰 차량으로 데려간뒤 경위 설명을 듣고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탈북자들의 전체 의견이 표출된 것이 아닌 단순 해프닝으로 봐야 될 것"이라며 "탈북자 개개인마다 여러 감정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탈북자 전체의 의견으로 확대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탈북자들은 김일성 사망과 김정일 사망을 대하는 북한 주민들의 태도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북한 주민 사이에서는 김정일이 권력을 장악한 1980년대 이후 무리한 우상화물 건설과 세계청년학생축전 같은 정치행사에 재정을 쏟아 부으면서 북한 경제가 몰락했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일성이 사망했을 당시 대부분의 평양시민은 하늘이 꺼질 듯 통곡했지만, 김정일 사망 발표 이후 조선중앙TV의 평양 분위기는 억지로 눈물을 흘리는 듯 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
한 대북소식통은 김일성 사망 당시에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밤새워 호상(護喪, 상례에 관한 일을 주선하고 보살피는 일)을 섰지만 이번에는 같은 지시에도 '추운데 무슨 짓이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자유북한운동연합회원와 독재자 김정일 조문반대 탈북단체 비상대책회의 등 탈북자 단체들은 접경지역에서 북한에 대북전단을 살포했다.
대북전단에는 "지구촌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독재자는 오직 김정일뿐이다. 일어나라 동포여, 아프리카 인민들처럼 용감히 싸워 3대세습 끝장내자! 자유통일 이루자", "김정일 정치범 수용소만 늘렸고 주민을 굶주림에 몰아넣은 민족 반역자" 등의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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