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미국ㆍ중국을 주축으로 관련국들이 양자 또는 다자외교를 통해 북한의 새로운 지도체제와 대화를 모색하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우리도 외교ㆍ안보분야에서 미국 중심으로만 되어 있는 현재의 외교태도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빨리 움직이는 미국…'어중간한' 정부
북한과 미국이 19일(미국시간)뉴욕채널을 통해 실무접촉을 벌였다. 이는 김정일 사망 이후 북미 당국 간 첫 공식 접촉이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식량지원 문제와 관련된 기술적 사안들만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좀 더 넓은 것을 논의했는지는 말할 수 없지만, (대북) 영양지원과 관련한 문제들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이처럼 북한에 대한 적극적이면서도 확실한 입장표명을 하는 동안, 우리 정부는 어중간한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가 김 위원장 사망후 취한 외교· 안보분야에서 주변국보다 정보력 등 모든면에서 우위를 보이지 못한채 보수 여론을 의식해 내놓은 게 애도표명 정도였다는 점은 앞으로 6자 회담 참가국들 사이에서 영향력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 對韓 중국 태도 도마위
우리 정부에 대한 중국의 대응 태도도 도마위에 올랐다.
중국 후진타오 주석이 이틀째 이명박 대통령의 전화통화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그런 후진타오 주석이 20일 북한 공관을 찾아 김 위원장의 사망에 조의를 표한 것은 남북한을 대하는 중국의 이중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평소 우리에게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강조했던 중국이 정치적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에 우리에게 등을 돌렸다.
이와 관련,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당국자들이 전화를 잘 받지 않고 한국 측의 접촉 시도에 응하지 않는다”며 “접촉을 하더라도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중, 북-미 접촉 가능성
한반도 주변 4강이 새로운 북한체제가 출범하는 내년초 서로를 탐색해보는 차원의 외교적 교섭움직임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3차 북미대화를 목전에 두고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만큼 현 국면에서 6자회담의 유용성이 높다는 것.
단순히 '북핵'차원만이 아니라 한반도 안정적 관리를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주변국이 권력교체기를 맞아 미ㆍ중이 적극적 드라이브를 걸고 나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교가에서는 내년 1월 중으로 6자회담 재개의 마지막 길목에 해당하는 3차 북미대화가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 중·러·일 외교력 집중
북한은 김정은 후계체제 인정을 받기 위해 중국· 러시아 등과 외교력 집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북한대사관을 찾아 단체 조문에 이어 외교부는 주변국과 잇따라 접촉하면서 불상사를 방지하는‘예방외교’에 나선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제관계 전문가는 “아버지가 돌아가면 친척들 중 잘사는 집이 일을 치러주는 격”이라며 “중국이 김정은 체제의 울타리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그간 중국과 나선 및 황금평 특구 개발, 러시아와는 가스관·철도 연결사업 등 경제협력에 주력하면서 동시에 군사협력도 빠르게 진행시켰다.
일본과 러시아도 북한의 동향을 주시하며 발빠른 행보를 하고 있다. 6자회담 참가국으로서 북핵 문제는 물론 납북자 문제나 대규모 경협 문제 등 현안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중, 북-러 군사협력 강화가 동북아 안정에는 물론 당장 6자회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 속에서 안전보장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중국· 러시아의 군사적 후원 속에서 체제보장을 유지할 수 있게 되면 6자회담에서 한·미·일이 줄 수 있는 반대급부의 폭이 좁아져 회담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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