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가 미국 등 북미지역 공장 확충을 선언한 데 이어 도요터, 마쓰다 자동차 등도 해외 현지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데츠오 이와무라 혼다아메리카 사장은 2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혼다자동차는 향후 2년내에 현재 북아메리카에서 가동하는 공장 7곳의 생산량을 늘리고 멕시코 셀라야에도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아메리카 현지 생산량을 현재 12만대에서 최소 20만~30만대까지 늘리겠다”고 부연했다. 이는 현재 수출량 3만5000대에 비해 10배가량을 현지 생상으로 돌리겠다는 의미다.
이와무라 사장은 살인적인 엔고 현상으로 인해 세계 시장에서 혼다차가 더이상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을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들었다.
이와무라 사장은 “엔고로 인해 더 이상 일본에서 해외에 수출을 계속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해외 현지 공장 증설을 통해 우리는 노리는 바는 시장 점유율 확대가 아니라 다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혼다차는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한국의 현대기아자동차와 닛산에 뒤진 7위를 기록, 전년대비 2계단 하락했다.
WSJ은 이번 혼다의 조치는 경기침체 속에서 높은 실업률로 고통받고 있는 미국에도 반색할 요소라고 평가했다. 신문에 따르면 혼다가 미국 그린스버그 공장의 생산량을 두배로 늘리면 1000개 가량의 일자리가 새로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엔고가 지속하는 한 일본 기업의 해외 이전은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도요타 자동차는 미시시피 공장을 콜로라의 수출 거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고, 마쓰다 자동차도 멕시코에 공장을 준설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열도 탈출' 현상은 엔고와 더불어 올들어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폭발, 유로존 재정위기 등으로 더욱 가속화됐다.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도 21일 일본 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요소는 엔고라고 지적하며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로 2007년 달러당 120엔 언저리를 맴돌던 엔-달러 환율은 지난 21일 78.05엔까지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엔-달러 환율의 적정 수준을 달러당 80엔 정도로 보고 있다. WSJ는 지난 4년간 엔화가치가 40% 이상 급등한 상황에서 혼다차의 이번 선택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21일 일본 재무성은 올해 11월 무역통계를 발표하면서 무역수지가 6847억엔 적자를 기록,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적자가 확정적이다고 밝혔다.
일본이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차 석유위기 직후인 지난 1980년 2조6128억엔의 적자를 낸 이후 무려 31년 만이다. 미증유의 엔고 현상이 일본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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