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정치에 총선과 대선 같은 초대형 정치 일정이 예정돼 있지만 국내 증시는 이런 국내 정치ㆍ경제 상황보다는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을 훨씬 더 강하게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장 연초부터 유럽 재정위기는 최악의 경우 우리 증시의 폭락을 야기할 수도 있는 악재로 부각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이달내에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5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신용등급이 ‘AAA’인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핀란드, 룩셈부르크 등 6개국들을 포함해 유로존 15개국의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었다. 이어 6일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신용등급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문제는‘AAA’ 신용등급을 받고 있는 6개국들 중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로 프랑스가 지목되고 있다는 것. 그 이유는 프랑스의 재정상태가 6개국들 중에서도 특히 악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프랑스 연간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7.1%로 6개국들 중 가장 높다. 독일은 4.3%, 네덜란드는 5.1%, 오스트리아 4.4%, 핀란드 2.5%, 룩셈부르크 1.1%이다.
대신증권 박중섭 글로벌 리서치팀장은 “EFSF의 프랑스 분담 비율은 현재 21.8%로 29.1%인 독일 다음”이라며 “프랑스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EFSF 신용등급도 강등될 것이고 그러면 여기서 흡수하는 채권 규모가 줄면서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다시 커질 것이고 우리 증시도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가 얼마나 잘 해결되느냐에 따라 2012년 글로벌 증시의 희비가 결정될 것이고 국내 증시도 여기서 예외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유럽 재정위기 문제가 파국적인 상황으로 전개되면 한국 시장의 위험도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상반기 유럽국가들이 전통적, 비전통적인 방법을 모두 동원한 금융완화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여 글로벌 주식시장에는 유동성 효과가 뚜렷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2012년 주식시장 등락범위를 코스피 1650~2300 수준으로 전망했다.
한치환 KDB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순항하던 증시가 2011년 약세를 나타낸 것은 역시 유럽 재정위기가 가장 큰 이유"라면서 "국채 부실에 따른 주요국 금리의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EFSF의 증액이 이뤄지고 결국 그리스는 채무 재조정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유럽발 재정위기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한 해를 넘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가 실물 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하고 있어 2012년에는 상반기까지 순환적 조정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과거 카드 위기와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의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상장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까지 하락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도 유럽 재정위기의 진행 상황에 따라 코스피가 일시적으로 PBR 1배를 하회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한 연구원은 2012년 코스피 예상밴드를 1550~2100포인트로 제시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해는 우리 주식시장에 아쉬움이 많은 한 해였다. 대외 악재가 주가 상승을 막았다”며 “새해에도 유럽 재정위기를 순화시키기 위한 방안 도출 과정이 글로벌 주식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김 팀장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유럽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겠지만 탈출구 찾기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라며 "글로벌 유동성이 유럽으로 흘러 들어가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2012년 변화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북한이라는 변수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2012년 증시에 무시 못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이 국내 증시에 미친 영향은 지금까지는 제한적이다. 문제는 북한 김정은 체제가 안정된다 해도 북한이라는 변수의 불안감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
최근에도 지난해 12월 27일 국내 증시에 중국의 북한 파병설이 확산돼 코스피가 전날보다 14.68포인트(0.79%)나 폭락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 관련 리스크는 언제든지 우리 증시를 흔들 수 있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분석팀장은 “김정은 체제가 안정화된다 하더라도 리더십 부재로 인한 불안감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실제 후견인인 군부의 실권 장악이 가져올 부작용, 즉 이에 따른 남ㆍ북간 군사적 갈등 심화 등이 우리 증시에 심각한 후폭풍으로 다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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