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 "미술은 하늘 바다 산 바위처럼 있는 것"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2-01-04 09:3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갤러리현대서 6일부터 한국현대미술의 거장 김환기 회고전

1972년 성북동 아뜰리에서 점화를 작업하고 있는 수화 김환기의 모습. 사진=갤러리현대 제공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아버지 그림을 보러오는 길에 깜짝 놀랄정도로 가슴이 뛰었어요. 뉴욕시대를 보니 가슴이 답답하고 터질것 같았어요. 여기서 병을 얻으신게 아닌가…, 그림을 보면서 응어리가 날려고 하더군요."

둘째딸 금자씨(75)는 "아버지는 조수도 없이 저 점들을 찍느라 목디스크에 걸렸다"며 "그림을 보면서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수화 김환기(1913-1974) 화백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10만개의 점’(1973) 작품앞에서 금자씬 한참을 서 있었다.

그림앞에서 힘들어하는 금자씨에게 한 컬렉터가 말했다.

"저 점을 찍으면서 얼마나 행복하셨을까를 생각해봐요."

"아, 보는 사람에 의해서 관점이 달라지는구나" 깨달았지만 금자씨는 그게 안됐다. "나에겐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었을까만 생각나서 눈물이 나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오는 6일부터 한국 현대미술 거장 수화 김환기(1913-1974) 화백의 대규모 회고전이 사간동 갤러리현대 본관과 신관에서 열린다. 딸에겐 눈물이지만 임진년 새해, 눈과 마음의 호사를 누려볼 수 있는 전시다.

오는 6일부터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한국현대미술의 거장 김환기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다.

◆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김환기 회고전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김환기’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65점이 소개된다. 작가적 행보와 작품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김 화백의 탄생 99주년을 맞아 그가 20대 중반에 제작한 1930년대 작품부터 1974년 작고 직전까지의 작품이 전시됐다.

1930년에서 1963년 사이에 제작된 구상 작품 30여 점은 본관에서, 뉴욕시대로 일컬어지는 1963년부터 1974년 사이의 추상작품 30여점은 신관에서 선보인다.

특히 김 화백의 1964년작 ‘메아리’를 비롯해 ‘귀로’(1950년대), ‘항아리와 꽃 가지’(1957), ‘무제’(1964-65) 등 1950-60년대 사이에 제작한 미공개작 4점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0만개의 점’(1973), 1970년대의 ‘무제’ 시리즈 등 뉴욕시대의 대형 전면점화 10여점도 나왔다.

갤러리현대 박명자 회장은 "이번 전시는 엄선된 작품과 다시 없을 규모"라고 말했다. 1년간 수화의 작품 700여점에서 골랐고 '미술계 파워 2위'인 박 회장이 직접 '회장님 컬렉터'들을 설득해 작품을 빌려왔다.

박 회장은 "뉴욕시대 작품은 대형작품이어서 액자가 없어요. 혹시나 작품이 훼손될까 걱정이어서 철통같은 경비와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이 전시는 갤러리현대가 지난해 박수근, 올해 장욱진에 이어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전 세번째 시리즈다. 상업화랑에서 이례적으로 대규모 회고전으로 조명하는 이 시리즈전은 잇따라 대박을 터트렸다. 5만여명이 다녀가는 '뜨거운 전시'다.


항아리, 1955-56, 캔버스에 유채, 65 x80cm

◆ 3000여점 다작 남겨 '한국의 피카소'

"미술은 미학도 철학도 아니다. 하늘 바다 산 바위처럼 있는 거다." (1973년 일기)

김환기화백은 '한국 근대회화의 추상적 방향을 연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등과 함께 한국 근대미술 대가이자, 국내미술시장 블루칩 작가로 빛나고 있다.

특유의 푸른색과 백자 항아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산 달 학 매화 백자와 같은 동양적인 소재를 서양적 기법으로 표현한 구상부터 점 선 면등 단순하고 상징화된 추상작품까지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아우른다.

"뉴욕에 오니 낮에는 햇빛이 아까워 붓을 안 들 수가 없고, 밤엔 전깃불이 아까워 그림을 안 그릴 수가 없다.”

잠잘때를 제외하고 온종일 작업에만 몰두한 것으로 전해지는 그는 가장 많은 작품을 후대에 남긴 작가로 '한국의 피카소'로도 불린다. 남긴 작품은 3000여점,이중섭화백(총 500여점),박수근(유화 200여점, 총 1000여점이하)과 비교해보면 압도적이다.

지난해 불황에도 홍콩 크리스티에서 그의 작품 1960년대 ‘구성’은 3억700만원에 낙찰됐다.

전남 신안서 태어나 니혼대학 미술학부에서 추상미술을 배운 김환기는 1937년 귀국, ‘신사실파’를 결성해 한국적 미감을 추구했다.

 1974년 7월 25일 뇌출혈로 쓰러져 뉴욕의 한 병원에서 61세 나이로 별세하기까지 70년~74년까지는 그의 절정기였다. 뉴욕에 체류하던 1970년 그린‘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제1회 한국미술대상전 대상 수상작으로 김환기의 대표작이다. 깊이 빨아들이는 푸른색에서 회청색으로 변한 작품이다.

 그는 "나는 우리나라를 떠나 봄으로써 더 많은 우리나라를 알았고 그것을 표현했으며 또 생각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국제적인 것이다"라는 명구도 남겼다. 

10만개의 점,1973, 코튼에 유채, 263x205cm.

오는 10일 오후 2시 전시장에서 유홍준 교수의 강연 ‘특강: 김환기’가 열리고 2월 20일에는 유 교수와 김 화백의 생가를 둘러보는 ‘신안 김환기 생가 투어’(선착순 40명)가 진행된다. 전시는 내년 2월26일까지. 관람료 일반 5000원.(02)2287-3500.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