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군사적 도발로 인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해 통일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새로운 대북 제안을 내놓기보다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방점이 찍혔다.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언동을 피하고 국민에게 정부의 상황 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기 위한 조심스럽고 신중한 접근인 셈이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5일 북한 김정일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남북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할지에 대해 “북한과 회담을 하면서 합당한 직위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분과 회담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후 내외신 정례브리핑에서 “김 부위원장은 총사령관에 추대됐다는 것과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이 공식 직책”이라면서 “북한에서 그 두 직책이 군사 부분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 얼마나 관여하는지 분명치 않기 때문에 좀더 두고봐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김정은이 북한의 최고지도자임이 공식적으로 확인될 경우 그를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그는 3월 서울핵안보정상회의에 김 부위원장을 초청할지에 대해서는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의 지도자를 초청하면서 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이런 약속을 지키는 조건이라면 얼마든 초청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역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한반도 안보의 유동성이 커짐에 따라 한반도 평화와 안정적 관리를 올해 최우선 정책목표로 추진했다.
류우익 통일부장관은 이날 "북한에 대화의 창은 열려있다"며 "북한이 좋은 선택을 통해 기회의 창을 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업무보고 관련 브리핑에서 "북한 당국의 선택과 결단을 촉구한다"며 "북한이 그 길로 나서면 우리는 동포애적 차원에서 기꺼이 나서서 전폭적으로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이날 통일부의 업무보고에 대해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기에는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통일부는 북한의 태도 등 여건을 봐가며 대화채널 구축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이 미완의 숙제로 남아있다.
류 장관은 "대화의 채널이 확보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하면 천안함 연평도 채널과 5.24조치를 포함한 남북간 모든 현안 문제를 의제로 해서 논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은 대화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대화를 할 때 테이블에 올라갈 수 있는 핵심 의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것은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를 전제로 대화를 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났으며 올해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사에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내용이 빠진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발언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이산가족 상봉과 대북 인도적 지원을 매개로 한 적십자회담이나 고위급 회담을 먼저 제안하지 않겠냐는 기대를 보이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