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이 '알짜' 비상장사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며 소유지분을 49% 이상으로 늘렸다. 그룹 내 계열사들이 합병 후 신설된 계열사가 가진 지분을 지주사로 되파는 과정에서 일부 지분을 이 회장이 사들였다.
5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4일 계열사인 코오롱베니트의 주식 7만3000주(발행주식 대비 9.1%)를 추가로 매입했다. 단가는 2만1172원이고 이번 지분 변동으로 이 회장 보유지분은 49.0%까지 늘었다.
이 지분은 계열회사인 코오롱글로벌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40.1%를 지주사인 코오롱에 넘기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코오롱그룹이 지주사로 전환됐기 때문에 코오롱건설과 코오롱아이넷, 코오롱B&S 합병으로 탄생한 코오롱글로벌이 보유한 지분은 지주사로 넘겨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코오롱은 31.0%만 인수를 했고, 나머지 9.1%는 이 회장이 매입한 것이다.
코오롱베니트는 지난 2010년 기준으로 코오롱을 비롯한 24개 계열사를 상대로 297억800만원의 상품·용역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체 매출 630억3900만원 대비 47.1%에 해당한다. 지난 1999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던 2000년 114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이 기업은 10년 만에 그 규모를 506.1%나 늘렸다. 순이익은 3억원에서 297억원으로 760% 이상 늘었다.
이를 이유로 증권가에서는 내부거래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린 코오롱베니트가 매출이나 이익이 급증해 회사 가치가 높아지게 되자 결국 일부 지분을 오너 일가들에게 넘기는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후 증여' 수법이 아니냐 하는 시각을 제기한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은 “내부거래로 살쪄 온 계열사의 지분을 오너가 추가로 매입한 것은 편법적인 증여·기회유용 차원의 일감 몰아주기로 해석할 수 있다”며 “향후 지분 가치 상승을 통해 경영승계 재원을 마련하는 작업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이후 계열사 지분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오너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지분을 일부 매입한 것이지 오너 일가를 위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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