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재정위기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3% 중후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3%대 초반으로 묶겠다는 소비자 물가는 국제 유가 앙등으로 결국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들에게도 휘발유 등 운송수단에 필수적인 연료유와 난방유 급등을 불러와 서민 생계에 막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150弗 이상 폭등…‘성장↓ 물가 ↑’ ‘S 현실화’
한국은행의 모델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오를 경우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은 0.2%포인트 증가하고, 경제성장률은 반대로 0.2%포인트 감소한다.
예를 들면, 국제유가가 현재 수준보다 10% 가량 올라 120달러선을 돌파할 경우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3.7%(정부 예상치)에서 3.5%로 떨어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한은 전망치)에서 3.5%로 올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 중동발 불안감으로 일부에서는 배럴당 150달러로 급등할 가능성마저 제기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40% 가까이 오르므로 단순 계산으로도 올해 경제성장률은 2.9%, 물가상승률은 4.1%까지 악화되게 된다. 국제유가가 150달러선을 넘어선다면 경제성장률 2% 이하, 물가상승률 6% 이상의 ‘끔찍한 미래’도 예상 가능하다.
박양수 한은 조사국 거시모형팀장은 “국제유가가 짧은 사이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뛰어오르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단순한 배수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대혼란을 유발시키는 기준선으로 18%와 30%의 두 가지를 제시했다. 국제유가 18% 급등 시 경제성장률 하락치 및 물가상승률 상승치가 0.36%포인트보다 훨씬 더 커지고, 30%까지 넘어서면 거기서 더 크게 확대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유가 상황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강두용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원유생산 증가가 한계에 달하면서 앞으로 유가가 중장기적으로 상승기조를 이어가면서 수급불안이 자주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심각성이 크다”고 말했다.
◆ 소비자 피해 확산…LPG 등 타 제품에도 악영향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원유수입 비중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2009년 기준 GDP(국내총생산)는 일본의 6분의 1수준이나 원유수입량은 일본의 70%에 육박했다. 또 1970년 이후 우리경제에 불어닥친 5차레의 대형 경기침체 중 3차례가 유가급등 이후 발생했다.
현재로서는 이란측이 세계 유조선의 3분의 1 이상이 통과하는 원유 수송의 요충지를 봉쇄할 지는 미지수다. 이는 곧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EU(유럽연합)에 이어 일본 마저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조처에 동참하면서 정부의 고민의 깊어지고 있다. 이란산 원유수입량은 국내 총 수입량의 9%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호르무즈해협을 떠난 미국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호가 이 해협에 재진입하는 시점에 이란이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를 보면 앞으로 전개 과정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발 전운이 확산되면서 액화석유가스(LPG) 가격도 뛰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는 최근 난방용 프로판가스와 차량용 부탄가스의 t당 2월 계약가격을 각각 850달러, 910달러로 결정했다. 전달에 비해 각각 80달러, 90달러가 오른 액수로 두 품목 모두 10% 이상씩 급등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석 달 연속 내림세를 보여온 국내 LPG공급가격도 내달부터는 인상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LPG 수입관세 인하 정책을 6월까지 연장키로 했지만, 아람코의 가격 인상이 중동의 정세 불안과 맞물려 있어 가격 급등세가 쉽게 가라앉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중동발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비축유 방출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6월 리비아 내전사태로 국제 유가가 급등했을 때 회원국 보유의 전략비축유 6000만 배럴 방출을 결정, 국제유가를 안정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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