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이란과 미국의 대치상황이 한국 에너지 안보의 최대 난점으로 떠올랐다.
이란이 미국 제재에 반발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한국은 80% 이상의 원유 수입에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해협 봉쇄가 최후의 보루인 만큼 실행 가능성이 낮다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전체 원유수입물량 중 이란산 비중은 9.7%(8259만 배럴)를 차지했다. 이란산 원유 수입이 금지될 경우 1차적으로 타격을 입는 물량이다. 같은 기간 이란을 포함해 중동에서 들여온 물량은 무려 87.1%(7억3769만 배럴)에 이른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이 중동산 물량의 수입 차질이 우려된다.
시장 전문가는 “중동산 수입 중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이뤄진다”며 “우회경로가 있지만 비용과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고 지적했다.
이란에서 원유를 직접 수입하는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SK에너지는 전체 원유 수입량 중 10%를, 현대오일뱅크는 20% 정도를 이란에 의존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이란산 수입이 전무하고, S-OIL도 전량을 사우디에서 들여온다.
이란 금수 조치 시 수입선을 바꿀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유사는 오랜 비즈니스 파트너인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해 대체 물량 확보 방안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현재 이란산 원유 수입은 기존대로 하고 있다”며 “향후 정부 정책 방향을 보고 그때 가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도 “정부 대책을 본 뒤 차후 대응이 있을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대책을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중동 외에는 대규모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줄 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우회경로를 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유가 폭등을 유발한다. 4차 오일쇼크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S-OIL 관계자는 “현재 사우디에서 들여오는 물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만, 해협이 봉쇄되는 최악의 상황에는 아라비아해 반대편의 홍해 쪽으로 경로를 바꿀 수는 있을 것”이라며 “국제유가가 폭등하게 될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업계는 이란이 그간 수차례 호르무즈 봉쇄 위협을 했지만 실행한 적이 한번도 없다는 점에 기대고 있다. 이란이 해협을 봉쇄할 수 있을 만큼의 해군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은 여러 각도에서 봤을 때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해협 봉쇄는 세계 경제를 담보로 하는 만큼 서방 국가의 견제가 있을 것이고, 이란도 그런 반향을 고려해 섣불리 봉쇄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국제유가가 이미 이란 제재 문제로 상당히 올라가 있는 상태”라며 “미국의 이란 제재 법안도 180일 동안의 유예 기간과, 수입 감축 노력 시 유예 기간 연장 조항이 있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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