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소리없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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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1-0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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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인도양 서북부의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이어주는 작은 해협. 약 50㎞의 너비에 최대 수심 190m이지만 세계 원유수송의 3분의 1이 통과하는 중요한 요충지. 바로 호르무즈 해협이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의혹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의 제재 압력이 가해지자 이란은 이 호르무즈 해협을 '볼모'로 잡았기 때문이다. 서방국가에서 원유금수 제재를 가한다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는 위협을 한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적인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이란·쿠웨이트 등에서 생산되는 석유를 경유시키고 있다. 전 세계 30% 이상의 원유가 운송되는 길목인 이곳이 봉쇄된다면 석유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전력이 비상사태를 맞게 된다.

이 같은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는 고도의 전략이다. 미국이 이란 중앙은행을 통한 거래를 제재하는 법안을 승인하자 이란은 협상카드를 꺼냈다. 한 걸음 물러선 이란의 태도에 국제사회는 안심했다. 그러나 이틀 뒤 핵 연료봉 성공 발표와 중거리 미사일 시험발사가 이뤄지고. 핵시설 원심분리기에 우라늄을 주입하며 농축도 시작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보기좋게 뒤통수를 맞았다. 호르무즈 봉쇄라는 볼모와 함께 핵시설의 순차적인 개발 성공으로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국제유가는 상승하고 전 세계는 이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일방주의적 제재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제재법안은 이란에 효과는커녕 동맹국에 부담만 가중시켰다.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금융기관들은 미국 금융시스템과 거래하는 것을 막기 때문에 미국과 거래를 하려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 특히 이란산 원유 의존율이 9.8%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수입처를 교체하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그 과정에서 유가 인상 및 유가 수급의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란의 강경한 자세에 미국은 군사적 대응을 하겠다는 협박과 동맹국에게 원유 및 금융제재에 동참하라는 강제적 권유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군사규모를 줄이며 무력보다는 대화를 앞세우겠다는 현 정권에서도 미국식 일방적인 제재와 자기중심적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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