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100여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세계에서 마천루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됐죠. 요즘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에 가면 사방이 수려한 외관의 고층빌딩으로 가득합니다. 예술성까지 갖춘 수준급 빌딩들이 각 지역 랜드마크로서의 위용을 뽐내며 도시의 풍모와 스카이라인을 바꿔놓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중국 마천루 도시망이 발표한 2011년 중국 고층빌딩 도시 순위에 따르면 5년 후 중국 전역의 고층 빌딩 수는 800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현재 미국 고층 빌딩 수의 4배 가까이 되는 수준이죠. 전 세계 10대 마천루 순위에서 중국의 고층 빌딩 6곳이 이름을 올리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최근 중국 경제 증가속도가 둔화되고 특히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중국 마천루 신화도 이젠 옛말이 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 베이징이 야심 차게 발표했던 지상 118층, 지하 6층, 총 높이 500m 이상의 초고층 빌딩 ‘중국의 술잔(中國尊)’건설사업의 착공이 늦춰진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총 건설투자비용 100억 위안, 건설기간 5년이 예상되는 '중국의 술잔' 건설 사업 착공이 늦춰지고 있는 이유로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토지사용권을 구매한 업체가 자금난으로 토지사용료를 미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지난 해 6월 중국 광저우(廣州) 정부도 600m 높이의 다이아몬드 빌딩(鑽石大廈)을 건설하는 내용의 사업 계획안을 통과시켜 중국 내 마천루 경쟁의 방아쇠를 당겼죠. 그러나 사업계획이 통과한지 반 년이 넘도록 아직까지 착공식은커녕 투자자조차 찾지 못한 실정입니다.
중국 내 마천루 건설 사업에 브레이크가 걸린 이유는 바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부동산개발업체들의 자금난 때문입니다.
고층빌딩 건설에 목숨을 걸었던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자금난 등을 이유로 건설사업 착공을 늦추거나 이미 시작된 공사를 중단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죠.
거액을 투자해 고층빌딩을 건설했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투자액 조차 회수하지 못한다면 엄청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고층빌딩을 하나 건설하는 데는 평균 100억 위안이 소요됩니다. 이 어마어마한 비용을 회수하는 데는 완공 후 최소 10년의 시간이 걸리는 데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현재 심각한 자금난 속에서 과연 10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릴 수 있을까요?
이런 심각한 상황을 인식이라도 한 듯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완커(萬科) 왕스(王石) 회장은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고층빌딩을 건설한다면 고층빌딩은 결국 ‘기념비(里程碑)’가 아니라 ‘묘비(墓碑)’가 될 것이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중국도 ‘마천루의 저주’에 걸려 경제위기가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마천루의 저주’란 한 마디로 초고층 빌딩 건설붐 뒤에는 어김없이 경제위기가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과거 미국이 그랬고, 두바이가 국가 채무상환 유예를 선언한 것이 대표적인 예죠.
그 동안‘세계 최고’ ‘세계 일류’를 외치며 고속성장을 구가하며 경제대국을 꿈꾸던 중국의 모습이 마천루 건설붐과 흡사한 듯 합니다. 이제는 중국이 겉으로 보여지는 화려함보다는 빈부격차·환경오염 등 보이지 않는 곳에 눈길을 돌려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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