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정기계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고마쓰 히타치 코벨코와 한국의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중공업 등 외자기업 빅5의 시장점유율은 2009년 66.5%에서 2011년 3분기에 42.5%까지 떨어졌다. 1위업체였던 두산인프라코어는 시장점유율이 9.9%로 추락하면서 4위업체로 밀려났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발목을 잡고 새로이 1위로 올라선 기업은 다름아닌 중국의 싼이(三一)중공업이다. 싼이중공업은 2년 전에 비해 시장점유율이 2배가량 늘어난 11%로 업계 1위로 올라섰다. 80여개에 달하는 중국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27%에서 올 들어 40%대까지 치솟았다. 최근 급격한 기술진보에 힘입어 품질문제를 해소하면서 시장점유율이 치솟은 것이다.
물론 다수의 중요부품들은 한국, 일본, 독일 등지에서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가격이 저렴한 편도 아닌 상황이다. 하지만 국영건설기업이 싼이중공업의 제품을 구매한다거나 정부조달물자공급사로 선정되는 등 중국정부의 ‘보이지 않는’ 지원을 업고 급상승 그래프를 그려내고 있다. 싼이중공업은 이를 통해 자본력과 규모를 확장하고 있으며 이를 품질향상과 연구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우리나라의 두산인프라코어를 비롯해 일본계 독일계 기업들마저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렸다.
싼이중공업은 1994년 량원건(梁稳根)의 주도로 설립됐으며 2003년에 상하이 거래소에 상장됐다. 13년 후인 2007년에는 매출액 135억위안에 순이익 40억위안을 달성하며 후난(湖南)성에서 최초로 매출 100억위안을 뛰어넘는 민영기업에 올랐다. 싼야중공업은 굴착기 및 펌프카, 크레인, 천공기 등 건설기계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싼이중공업은 최근들어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7년 91억4495만위안이었던 매출액은 2008년 142억6219만위안, 2009년 189억7581만위안, 2010년 339억5493만위안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의 매출액은 413억314만위안(한화 약 7조4340억원)이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550억위안에 달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4년만에 무려 6배에 가깝게 덩치를 불린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에 가까운 순이익률이다. 거액의 투자가 수반되는 대규모 장치산업인데다 현지 메이커들의 경쟁이 치열한데도 불구하고 높은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 지난해의 순이익은 110억위안(한화 약 2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싼이중공업은 중국 1위에만 그치지 않겠다는 포부다. 지난해부터 전세계에 걸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싼이중공업은 우리나라에도 전시관과 기술 및 AS센터를 건설하기 위해 1억달러를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어 3월에는 인도네시아에 2억달러를 들여 연산 5000대 규모의 굴착기 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싼이중공업이 세계 최고의 기계산업 경쟁력을 갖고 있는 독일에 진출했다는 것이다. 싼이중공업은 지난해 6월 독일 서부 쾰른시에 엔지니어기계와 굴삭기 공장을 착공했다. 건설에는 모두 7000만유로가 넘는 거액이 투자된다. 공장과 함께 R&D센터도 들어설 예정이며 독일의 엔지니어들을 대거 흡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싼이중공업이 가지고 있는 대규모 현금과 든든한 중국내수시장에 독일의 기술이 결합되는 길이 열린 것이다. 세계 1위 건설기계업체를 꿈꾸고 있는 셈이다.
현재 싼이중공업은 해외 130여개 국가에 진출해 있으며 80여개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해외에서 30여개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15곳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싼이중공업은 33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지난해 홍콩시장에 상장을 추진했었다. 모집된 자금은 중국내 공장건설과 해외투자에 사용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유럽채무위기로 인한 자금시장의 위축으로 인해 홍콩시장 상장은 올해로 넘겨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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