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서로 살아온 삶의 궤적이 다른 만큼 서로 다른 ‘카리스마’를 내뿜는 이들이지만 닮은 점도 있다.
‘산업화 신화 대통령의 딸’ 박 위원장과 ‘민주화 운동 투사’ 한 대표, ‘부드러운 엘리트’ 이 공동대표. 이들은 복지라는 지점에서 서로 만난다. 이들은 ‘국민의 삶을 낫게 하고 국민생활을 책임지겠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접근법은 다르다.
박 위원장은 ‘국소마취 후 시술’전법이다. 거시적 경제틀을 유지한 채 복지체제를 수술하는 식이다.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평생사회안전망 개념과 사회보장 급여관리체계 구축 등을 담은 사회보장기본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와 부처별 칸막이, 복지 전달체계를 바로잡아 복지 체감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반면 한 대표와 이 공동대표의 전략은 ‘전신성형’이다. 한 대표는 ‘재벌 개혁’을 통해 복지 재정을 확충하고 무상의료 등을 실시한다는 구상이다. 재벌의 과도한 이윤 획득에 브레이크를 걸어 세원 확보에 나선다는 점에서 실물경제 전반에 개입하는 강력한 국가개입 복지전략이다. 이 공동대표도 같은 맥락이다. 고소득층 증세, 재벌 개혁을 통해 복지를 확대한다는 기조다. 이 때문에 두 야당은 4월 총선에서 ‘정책연대’에 나설 방침이다.
복지 외엔 세 사람의 공통점은 별로 없다. 박 위원장과 한 대표는 국정의 중심에 서 있던 같은 경험을 갖고 있다. 박 위원장은 22세 때 고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가 됐고 5년 넘게 그 역할을 했다. 한 대표도 참여정부 때 1년여간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인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그러나 이 공동대표는 국회의원이 최고의 관직이어서 국정운영을 직접 경험하진 못했다.
이들은 국민적 공감을 끌어내는 방식도 다르다. 박 위원장은 여전히 신비주의가 남아 있다.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부쩍 스킨십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은막 뒤에 가려져 있다. 사사롭지 않고 불행한 가족사를 거치면서 원칙과 조국에 대한 헌신 이미지를 굳혔다.
한 대표는 하얀 피부만큼 온화한 이미지지만, 검찰권력에 맞서는 면에선 투사형 ‘철의 여인’ 이미지로 각인됐다.
이 공동대표는 살벌한 정치권에서 착한 얼굴로 살아가는 정치인이다. 대입학력고사에서 여자 인문계 수석을 한 엘리트이지만 유연하고 합리적인 이미지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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