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의 취지대로 시행해 핵무기 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이란을 제재하고, 또 이란과 원유 등을 거래하는 다른 국가들까지도 제재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현재 미국은 이같은 문제를 놓고 고심 중이며 동맹국들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미 국무부는 밝혔다.
물론 ‘이란 제재법’은 6개월간의 유예기간이 있어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 거래하는 동맹국 제재를 유예할 수 있으나 이를 남발할 경우 미국의 체면이 서지 않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미국은 유예 대상과 여부를 오는 6월 말 결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법대로 제재를 가할 경우 동맹국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고, 원유 가격 등이 폭등해 세계 경제에 주름이 생길 것이 분명하다. 가뜩이나 올해 미국을 비롯해 세계 경제의 강한 회복을 기대하고 있는 터라 더 조심스럽다.
미국은 핵개발 포기를 하지 않는 이란을 제재하고 주변 국가들과의 원유 등 무역 거래를 끊어 핵 개발 자금 유입을 막기위해 제재법을 만들었으나 이도 저도 쉽지 않게 됐다. 뉴욕타임즈(NYT)는 “오바마가 빈 라덴을 사살하고 이라크 전쟁도 끝낸 분명한 공적이 있는데, 이란 문제 때문에 공든 탑을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올해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정치적 공세가 점차 거세지고 있어 ‘무언가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오바마는 몸으로 느끼고 있는 터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유력해지고 있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오바마가 재선하면 이란은 분명히 핵 무기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격을 늦추지 않고 있다.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가 약하게 대처해 이란이 미국을 얕잡아 본다는 주장이다.
이미 이란 핵 개발 의혹을 둘러싼 위기감은 국제 원유가에도 반영이 돼,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무력 충돌이라도 있으면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 경제는 올해 1%대의 저성장에 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한국, 일본 등 주요 동맹국들에게 수입선을 다른 나라로 전환하게 하고, 다른 산유국들의 원유를 증산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 백악관에서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과 회동을 갖고, 이란의 핵개발 추진과 이를 막기 위한 동맹국들의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연합(EU)도 오는 23일 브뤼셀에서 외무장관 회의를 열어 석유 거래 중단 등 이란 제재 공동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워싱턴(미국)=송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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