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다시 돌아온 하숙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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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1-1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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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기자가 국민학생이었을 때 우리 집은 김포공항 근처에 있었다. 때문에 우리 동네에는 승무원 아가씨들에게 세를 놓은 집이 많았다. 방이 2개뿐인 작은 아파트였던 우리 집에도 한 항공사 승무원이 하숙생활을 했다. 월세였는지 전세였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어머니가 음식도 챙겨줬으니 요즘과는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이제는 공항 근처 동네에서 승무원을 상대로 하숙을 놓는 집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대신 원룸과 오피스텔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다른 가족과의 불편한 동거보다는 개인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주거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자기 집의 일부를 임대하는 세대가 다시 등장했다. '한 지붕 두 가족' 시대가 다시 온 것이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 예전처럼 세입자와 주인 가족이 얼굴 맞댈 일 없이 개인 생활 보호가 철저하다는 것이다.

이름도 세련돼졌다. '패밀리형', '투 인 원(TWO IN ONE)' 등으로 불린다. 짓기 전 설계 단계부터 세대간 독립 생활이 가능하도록 거실·침실·욕실·주방 등이 별도로 설치된다. 현관문도 따로 설치할 수 있다고 한다.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이런 형태의 아파트를 내놨으니 수요가 많기는 많은가보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잘 팔리지 않는 중대형 주택에 대한 좋은 마케팅 수단이기도 하다. 늘어나는 1~2인 가구를 흡수할 수 있다면 갈수록 심각해지는 전·월세난 해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새로운 형태의 하숙시대가 다시 왔다. 그런데 다른 것이 하나 있다. 예전에는 조금만 고생하면 내집 마련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꿈과 희망이 넘치는 하숙 생활이었지만, 지금은 너무 올라버린 집값에 우울해하는 인생들의 모임이다. 정부의 적절한 임대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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