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정치권에서 총선,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남발할 경우 국내투자만 위축시켜 되레 경제를 어렵게 만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 또한 기존 제도만으로도 대기업을 견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4일 정치권, 재계에 따르면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설연휴를 앞둔 19일 출총제 보완을 통해 재벌 사익 남용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출총제는 순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에 속한 계열사에 대해 순자산 40% 이상을 다른 회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재벌이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86년 첫 도입된 뒤 폐지와 부활을 되풀이했다.
◆정부도 실효성에 의문 나타내
이명박 정부는 친기업정책을 표방하면서 2009년 출총제를 폐지시켰다. 반면 출총제를 없앤 지 3년도 채 안 돼 박 위원장 발언으로 부활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출총제 부활 논리는 이 제도 폐지 이후 대기업 계열사가 무분별하게 급증했다는 데 있다. 자산총계 5조원 이상인 대기업 계열사는 2009년 1137개에서 2011년 1554개로 늘었다.
이에 비해 재계에서는 출총제를 부활시키더라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09년 출총제 폐지 당시에도 순자산 10조원이 넘는 대기업은 10개에 그쳤을 뿐 아니라 나머지 기업은 출총제 하에서도 아무런 제약 없이 계열사를 늘릴 수 있었다. 게다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상당수 대기업도 출총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정부조차 출총제 부활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시사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앞서 20일 출총제를 부활하는 대신 기존 정책만으로도 대기업 사익 남용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투자만 위축시킬 것”
재계는 출총제 부활이 무분별한 대기업 확장을 막기보다는 국내투자를 위축시켜 해외이탈만 가속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출총제 부활 논란에 대해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무는 “총선,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포퓰리즘적 요소는 없는지 철저히 따져본 후에 정책화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출총제를 부활하거나 법인세를 올리면 대기업이 해외 투자를 늘려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 비대위는 출총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하는 것을 비롯해 대대적인 재벌개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나 일감 몰아주기 폐해 방지, 하도급 제도 전면 혁신, 프랜차이즈 불공정 근절, 덤핑입찰 방지, 연기금 주주권 실질화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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