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로리 보우든(Rory Bowden) 박사는 폐렴, 뇌수막염, 패혈증 등을 일으키는 박테리아인 폐구균이 같은 종류지만 혈청형(serotype)이 다른 박테리아의 유전자 조각을 자기 것과 바꿈으로서 백신을 피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폐구균은 90가지 변종이 있다. 이들은 각각 혈청형이 달라 면역체계에는 서로 다르게 보인다. 이를 막으려면 변종 하나하나마다 다른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폐구균 변종 가운데 가장 흔한 7가지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2000년 도입됐다. 이로써 5세 이하 아동들의 폐렴, 뇌수막염, 패혈증 발생률이 2007년까지 76%나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후로 점차 면역효과가 낮아져 지금은 13가지 변종에 효과가 있는 백신이 새로 만들어졌다.
보우든 박사는 최초의 폐구균 백신이 시간이 흐르면서 면역효과가 떨어진 이유를 밝히려고 역학조사와 함께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일부 변종이 죽은 다른 변종의 DNA 조각을 자기 것과 바꿔 면역반응을 피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박사는 바꿔치기 한 DNA 조각이 백신의 표적인 세포표면을 만드는 유전자 부분과 정확하게 일치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점이라고 했다. 이는 문제의 변종이 독성은 그대로 지닌채 외모만 바꾸었음을 의미하는 까닭이다. 이처럼 변장에 성공한 변종 중 하나(P1)는 미국을 동에서 서로 횡단하며 퍼져나가 2007년에 가장 널리 유행했다.
연구진은 이를 유전학전문지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 최신호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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