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란을 둘러싼 국제적인 긴장으로 유가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항공·자동차 등 일부 업계에서는 모니터링 체제를 강화하고 시나리오별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원가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불황으로 제품 가격이 하락, 수익성 악화를 경험 중인 기업들은 원가 절감을 위한 대책 논의에 분주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LCD 사업부에서 생산하던 TV용 LCD 모듈 제작을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로 이관했다. TV 공장에서 모듈을 생산하면 물류비가 감소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 재고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공동 디자인 제작 시스템(cDMS)’을 채택했다. 부품에서 완성품까지 TV 제작 전 과정을 한 라인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방법이다. LG전자는 폴란드에 위치한 유럽 TV 생산법인에 cDMS를 적용한 TV 생산라인을 건설 중이다. 부품 공급 다변화를 통한 원가 절감도 꾀하고 있다. LG전자는 그동안 자회사인 LG디스플레이와 대만 업체들로부터 LCD TV용 패널을 공급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60인치 이상 대형 LCD TV용 패널을 공급받기 위해 일본 샤프와 협상을 논의 중이다. 부품 수급처를 다변화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서다.
자동차 업계도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 나섰다. 현대·기아차는 플랫폼을 크기에 따라 최소화하고, 주력 모델 판매 비중을 늘렸다. 플랫폼 통합시 신차 개발 및 생산에 들이는 원가를 줄여,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주력 판매모델을 소형차에서 중대형차·SUV로 옮긴 것도 수익성 확대 때문이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지난해 인센티브를 줄인 반면 판매단가(ASP)는 올렸다. 실제 지난해 1대 판매당 딜러 인센티브는 약 1000달러로 전년 대비 39%가량 줄었다.
고유가로 가장 다급해진 곳은 항공이다. 대한항공은 고유가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신기종 도입·항공기 성능 및 운항 중량 개선·경제 단축항로 개발 등 다양한 부문에서 유류비 절감 노력을 펼치고 있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변동이 생길 때마다 연간 380억원의 연료비 차이가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유가 1달러 상승시 추가로 부담할 연료비용이 연간 200억원이다. 전체 비용의 약 40% 수준이다.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은 연료비 절감을 위해 지난해 1월부터 각 부문(운항·정비·종합통제·운송·화물) 전문가 집단인 ‘연료관리파트’를 신설했다. 최근에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관련 유가 폭등에 대비한 추가적인 비상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해운업계도 연료비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진해운·현대상선 등 주요 해운사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에서 연료를 급유하고, 선박 운항시 항로별 경제속도를 적용해 연료 소비량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STX팬오션은 유가리스크관리위원회를 통해 위기 발생시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수립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