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선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이른바 먹튀 논란을 낳은 론스타 사태가 빚어진 것은 사모펀드였던 론스타에 외환은행 인수를 허용한 데 있다. 금융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대형은행을 금융기관이 아닌 단기차익에 관심이 큰 사모펀드가 인수토록 한 것이 모든 잘못의 시발점이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외화유동성 확보나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위해 외국자본을 무분별하게 끌어들였던 때문이다. 과거 외국자본이 아쉬웠던 시절의 유산인 셈이다.
론스타 사태와 유사한 경우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차제에 우리경제에 대한 외국자본의 공과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거 국내저축이 부족해 투자재원이 부족하던 시기에 외국자본이 귀중한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직접투자건 또는 대출을 통해서건 외국자본이 직간접적으로 국내 투자재원 조달에 크게 기여했다. 이 과정에서 고용창출은 물론 선진 산업기술이 국내로 유입되는 효과도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타의에 의해 진행된 금융시장 개방 및 금융자유화의 결과 외국자본이 물밀듯이 국내로 유입됐다. 이를 계기로 기업의 회계투명성 제고, 지배구조 개선이 이루어지는 등 외국자본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는 적지 않다. 우리 경제가 부실 기업과 금융기관을 빨리 털어내고 정상궤도로 복귀할 수 있었던 데는 외국자본이 기여한 바도 크다.
그러나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러 상황의 변화로 인해 이제는 외국자본의 부정적인 면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무엇보다 투자재원 확보로서 외국자본의 의미는 이미 퇴색된 상태이다. 경제 전체의 투자 규모가 국내저축에는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투자만 해도 외국인의 국내투자에 비해 우리기업의 해외 투자가 훨씬 많아졌다. 성격 또한 변질돼, 신규 투자보다는 기존 국내기업에 대한 M&A가 다수를 차지한다.
주식 및 채권 등 자본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문제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과도하게 들락날락하면서 주가와 환율의 급등락을 야기하는 등 국내금융시장의 교란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에는 유럽재정위기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입이 좌지우지되고 국내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를 감안한다면, 외국자본의 유출입에 대한 제도 역시 바뀌어야 한다. 이미 2010년에 외국환은행의 선물환포지션 규제를 시작으로 외국인 채권투자 이자수입에 대한 원천징수가 부활됐고 지난해에는 외국환은행의 단기 외화차입에 대한 부담금이 부과됐다. 모두 해외자본의 유입을 억제하는데 목적을 둔 것이다.
여기에 이어 이제는 많은 나라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주식 차익에 대한 과세를 우리나라에서도 고려해야 한다. 장기투자에 대해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이 부과된다면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빈번한 유출입을 막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내국인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면 외국인에 대한 차별 우려도 없다.
앞으로도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범위 내에서 외국자본의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꾸준히 모색돼야 한다. 다만 우리 기업이나 자본의 해외진출과 투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가 지나치게 강하다던가 차별적인 것으로 비춰지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