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가에 파문을 일으킨 왕리쥔(王立軍) 충칭 부시장 사건으로 보시라이(薄熙來) 충칭시 서기의 향후 정치적 명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왕리쥔 사건과 관련한 일련의 정황들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어 중국 안팎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일단 왕리쥔의 상관으로서 왕에 대한 관리책임을 가진 보시라이 충칭시 서기가 정치적 타격을 모면하기 힘들게 됐다는 얘기가 중국 정계 안팎에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예단을 일축하기라도 하듯 보시라이 서기는 대내외적으로 극히 정상적인 직무활동을 수행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일부 소식통들은 태자당의 핵심인물인 보시라이 서기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회복불능의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또 다른 전문가들은 아직 실각할 것으로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왕리쥔이 청두(成都) 소재 미국 영사관 방문을 주도면밀한 계획하에 추진했던 상황이 드러나면서 조금씩 왕리쥔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고 있다.
12일 홍콩 밍바오(明報)에 따르면 왕 부시장은 6일 충칭에서 청두간 고속도로 입구 부근에 있는 병원에 검사를 예약했다. 당시 이미 왕 부시장에 대한 감시가 강화된 상태였던 터라 왕 부시장은 병원 검사를 핑계로 감시를 피해 청두로 간 것으로 보인다.
이로 미루어볼 때 사전에 치밀하게 청두(成都) 소재 미국 영사관 방문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인터넷에는 왕 부시장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병원 진단서 사진이 나돌기도 했지만 홍콩 밍바오는 중궈징잉바오(中國經營報)를 인용해 해당 병원 관계자가 그 진단서는 허위라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황치판(黃奇帆) 충칭시장이 10일 베이징(北京)에서 목격됐다. 정치권 고위 관계자는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황 시장을 10일 저녁 6시께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 귀빈실에서 만나 인사를 나눴다는 글을 올렸다.
밍바오는 황 시장이 사건의 전말을 중앙 정부에 설명하기 위해 급하게 베이징을 찾은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왕 부시장이 6∼7일 미국 영사관에 머무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역사가인 장리판(章立凡)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왕 부시장이 미국 영사관에 머무른 것이 중국 정가에 ‘시한폭탄’을 안긴 셈이라고 말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미국이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중국과의 관계를 손상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며 “미국이 필요한 정보만 챙기고 왕 부시장을 헌신짝처럼 버렸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왕 부시장의 후임으로 공안국장이 된 관하이샹(關海祥)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하이샹은 충칭시 장진(江津)구에서 서기로 일하다 이번에 승진한 인물로서 왕 부시장과 마찬가지로 몽골족 출신이지만 정치적 배경과 스타일은 다르다. 그는 충칭에 내려오기 전 15년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정치기반인 공청단 중앙위원회에 재직했다.
홍콩 중원(中文)대의 한 정치 분석 전문가는 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오랫동안 충칭을 방문하지 않았던 점에 주목하며 “두 사람이 보 서기가 벌였던 ‘범죄와의 전쟁’과 홍색(紅色) 캠페인을 포함해 보 서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전했다.
이 전문가는 “관하이샹의 승진은 보 서기가 충칭을 자신의 영역으로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해 중앙 정부가 인선에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18차 당 대회를 앞두고 보 서기가 권력과 영향력을 상실했음을 뜻한다”며 보 “서기가 차기 지도부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이 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분석했다.
갖은 추측에도 불구하고 보 서기는 11일 캐나다의 스티븐 하퍼 총리와 만나는 등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충칭 당 서기가 공청단 출신인 저우창(周强) 후난(湖南)성 당 서기로 교체될 것이라는 소문도 퍼지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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