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입제도는 일종의 ‘블랙박스 전형’이다. 그 중에서도 현 정부 들어 급격히 확대된 입학사정관 제도는 구체적 평가기준과 지표가 공개되지 않는다. 모두 대학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는 어떤 기준에 의해 당락이 가려지는지 제대로 알 수도, 항의할 수도 없고, 소송을 제기해도 이길 수가 없다. 어떤 면에선 입시부정이 나타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미 그 실태가 점점 드러나고 있다.

대입전형이 혼돈(카오스)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카오스 전형은 학부모들에게 대입 컨설팅을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컨설팅 회사에서도 이번 입시는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다. 그만큼 예측이 어렵다.
현 대입제도는 이미 죽음의 트라이앵글(내신+수능+논술)을 넘어 ‘죽음의 칠종경기(내신+수능+논술+비교과스펙+구술면접, 부모의 돈과 컨설팅 경쟁)’가 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과 혼란을 덜어주려면 최대한 시급하게 대입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이 지원하는 전공(모집단위)에 맞는 타당한 전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대학에서 국ㆍ영ㆍ수 중심의 전형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문학이나 역사를 전공하려는 학생도 수학점수가 받쳐주지 않으면 자신의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기 어렵다. 의대를 가려는 학생이 생물과 화학을 공부하기 않아도 합격이 가능한 제도이기도 하다.
이런 제도에선 학생이 자신의 꿈, 진로계획에 맞춰 공부하기보다 대학이 요구하는 국ㆍ영ㆍ수 공부에 몰입하고 있다. 학생의 미래, 가정 부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기 어려운 제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면적으로 대입제도가 개편돼야 한다. 우선, 진로 맞춤형 대입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첫째, 입학사정관 전형은 일부 축소하면서 소외계층,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한 ‘적극적 차별 대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입학사정관제를 소외계층을 위한 ‘희망의 전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입학사정관 전형의 기준ㆍ지표, 가중치까지 공개하고, 공개된 기준에 의해 선발해 블랙박스 전형을 유리알 전형으로 개선해야 한다.
둘째, 복잡한 수시비중을 일부 줄이고 상대적으로 단순한 정시 비중을 늘려 입학제도를 단순화해야 한다.
셋째, 여러 전형요소를 복합적으로 요구하지 말고, 학생의 장점(내신, 수능, 논술 중 하나)을 반영하는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
넷째, 계열ㆍ모집단위별로 내신, 수능 과목 중 필수 선택과목을 지정해 진로맞춤형 학습을 유도해야 한다.
다섯째, 대학별 논술은 폐지하고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실시하는 논술(수능Ⅱ)로 전환해야 한다.
안선회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