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진우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
지난 2011년 6월 29일, 한의약 육성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공포됐다.
기존의 ‘한의약이라 함은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의료행위와 한약사를 말한다’에서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을 삽입해 ‘한의약이라 함은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한방 의료행위와 이를 기초로 해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 의료행위 및 한약사(韓藥事)를 말한다’로 개정된 것이다.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이라는 문구가 삽입되기까지 타 단체의 극렬한 반대를 겪었음은 물론이고 한 의료단체의 수장은 개정안 반대를 위한 일인시위까지 불사하는 촌극을 벌이기까지 했다.
이뿐만 아니다. 얼마 전 서울시한의사회에서 임상의를 위한 감기 치료 최신지견에 대한 강의를 개최하는데 모 의료단체에서 ‘비내시경은 의료기기이니 한의사가 사용하면 고발 조치한다’라는 취지로 공문을 보내왔다.
비내시경은 무엇인가? 카메라의 렌즈를 긴 팁으로 개조해 콧속을 ‘들여다보는’ 의료용 카메라다.
과학기술의 산물, 현대 사회의 구성원들이 노력해 개발한 문명의 산물을 한의사는 쓰지 못한다는 논리는 집단적 이기주의의 오만방자함에서 비롯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
건물 벽의 균열을 보기 위해 방사선을 사용하며, 공항 검색대에서도 방사선을 사용한다.
반려동물이 아프면 동물병원에서도 방사선을 사용하는데 우리 아이들이 발목을 접질려 한의원에 가면 방사선 촬영을 할 수 없다면 이 무슨 역설적 상황인가.
강이나 바다의 하상 지형도를 파악하기 위해 개발된 초음파 원리를 자신들의 전유물이라 우기며 초음파기기를 한의사에게 판매하는 의료업자는 이 땅에서 영원히 보이콧하겠다는 공정 거래의 근간을 흔드는 행태도 서슴없이 하고 있다.
한약엔 간독성이 있다고 악의적 언사를 하면서 정작 간기능 검사를 하지 못하게 하는 이율배반적인 논리 역시 옳지 않다.
한의약을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하기 위해, 또 치료 전후의 비교를 시각화·수치화하기 위해 한의사 임상 현장에서 현대과학의 산물인 과학 기자재의 사용이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자 네이처 지는 기타사토대학의 마사토모씨의 기고를 통해 한약의 위험성에 대해 논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를 시행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모두 데이터 축적을 하고 있는 동안 한국의 한의학은 기회마저 잃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건강과 관련된 사안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 기고에서는 한약에 약리 작용이 있으므로 당연히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음을 경고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한·중·일 삼국의 한의약 전문가의 공조를 강조하고 있다.
각국에 축적된 데이터를 공유하고 가이드라인을 공동으로 제시함으로써 전통의학에 대한 객관성을 함께 제고하자는 것이다.
한의사들은 국민에게 좀 더 안전하고 효과 있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현대과학을 응용·개발해 진단하려고 하는 것이다.
비록 최근 법원에서 유감스런 판결이 있긴 했지만 한의사들은 국민 건강을 위해 과학기술의 산물이 모든 인류와 우리 국민을 위해 한의사의 진료공간에서 자유롭게 사용될 날을 위해 총력을 다 할 것이다.
이것은 시대적 요구이며, 누구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이뤄질 수밖에 없는 명제가 될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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