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 보도를 보면 호주의 TV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대부분은 백인이다. 다른 인종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시드니같은 대도시는 전체 거주민의 40%가량이 중국과 인도, 한국, 베트남 등 아시아권 이민자라는 점에 비춰보면 호주 TV는 노골적으로 백인 위주의 방송을 송출하는 것이다.
사모아 출신 배우인 제이 라가아이아는 호주 메이저 채널의 주요 인기 드라마에 출연하려면 백인이 아니면 안된다면서 TV의 인종차별주의를 비판했다. 행여 캐스팅되더라도 백인보다 열등한 극중 인물을 연기한은 게 고작이다. 채널 7은 호주 TV의 인종차별주의를 비판한 라가아이아의 발언을 문제삼아 그의 방송 출연을 중지시켰다.
배우 에이전시인 BGM의 마리아 야블론스키도 라가아이아의 의견에 동조했다. 야블론스키는 “호주 TV는 시청자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배우를 섭외할 때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설사 섭외 되더라도 백인이 아닌 배우는 유색인 범죄자와 같은 매우 제한되고 정형화된 역할을 맡는다”며 “이런 상황은 수년 동안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호주 배우 노조는 수년간 TV 프로듀서들에게 TV는 호주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할 책임이 있다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건의해 왔다.
이에 프로듀서들은 시청자들이 인종별로 정형화된 캐릭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항변했다. 패니 채프먼 프로듀서는 “주인공의 얼굴이 흰색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얼굴이냐가 문제”라며 “시청자들은 백인 얼굴을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영어를 잘 못하는 유색인종 주인공을 섭외하면 그 배우에게 얼마나 큰 매력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며 현실적인 제약이 있음을 설명했다.
인기 드라마 ‘이웃들’의 책임 프로듀서인 리처드 제이섹은 “TV가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현실을 무시할 수 없으며 이 상황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퀸즐랜드주의 한 방송은 백인들을 범죄자 집단으로 그린 드라마가 제작해 방영했지만 시청률 저조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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