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의장은 “고용시장이 최근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 정상과는 거리가 멀다”면서도 “양적 완화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이날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지난달 버냉키가 지적한 미국 경제의 현 실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최근 부동산 시장 지표 개선 등 경제 호전 데이터 속에서 증시가 1만3000포인트를 돌파한 상황에 조정 국면을 가져오게 됐다.
버냉키는 실업률은 개선되고 있으나 전반적인 수요 공급에 따라 정상 균형이 생긴 시장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버냉키는 지난달에서 의회에 출석해 “실업률은 호전되고 있지만 여전히 파트타임 근무자들이 많고, 대학을 졸업한 적극적인 구직자들이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지 못하고 있다”는 요지의 평가를 했었다.
또한 버냉키 의장은 봄철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계속 상승하고 있는 유가와 관련해 “휘발유 가격 상승은 물가를 일시적이나마 상승시켜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훼손시킨다”고 우려했다. 미국 유가는 약 한 달전 워싱턴 지역 기준 갤런(3.98리터)당 보통유 3.4달러 선에서 최근 3.7달러를 넘어섰다. 수년전 최고로 휘발유 가격이 뛰었을 때의 갤런당 4달러는 아직 미치지 못했으나, 소득 형편이 개선되지 못한 상황에서 유가 상승은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압박하고 있다는 버냉키의 분석이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버냉키는 “미국 경제에 경기 회복 징후가 나타나고 있으나,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는 할 수 없다”며 당분간 기존 계획대로 저금리 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연준은 경제가 우려할만한 인플레이션 기미를 보이지 않고 확연한 경제 회복 기조를 보이지 않는한 적어도 2014년까지 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미리 발표한 바 있다.
버냉키 의장은 그러면서도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3차 양적완화, 즉, 채권 등을 대량으로 구입하면서 시장에 현금을 푸는 정책을 사용할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확연한 경제 회복 기조는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시장에 대량으로 현금을 풀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버냉키 의장은 “통화 정책은 만병 통치약이 아니다”며 “금융위기를 상쇄하는 데는 도움을 주지만 장기적인 경제체질 강화는 의회나 행정부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같은 버냉키의 입장이 시장에 알려지자 증권시장은 하락하고 채권 가격은 하락하는 등 시장은 요동을 쳤다. 반면 달러를 시장에 풀지 않겠다는 그의 입장은 이날 달러화 강세를 가져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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