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미술가 김기라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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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3-04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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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동선-모든산에 오르라' 개인전..두산갤러리서 29일까지

설치작가 김기라가 두산아트센터에서 열고 있는 자신의 개인전 작품앞에서 포즈를 취했다./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골동품·역사박물관같은 전시다. 아프리카에서 온듯한 가면과 인형들, 피흘리는 예수의 형상도 벽에 걸려있다. 갖가지 신상 이미지가 수두룩하다. 인도 캄보디아등 동서고금의 세계 각 나라의 신상문화가 한자리에 모여있다.

개념미술 설치작가 김기라(39)가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에서 열고 있는 '공동선-모든 산에 오르라!'는 개인전이다.

작가가 지난 8년간 세계 10여 개국을 다니며 모은 500권 이상의 문화, 역사, 인류사 등의 서적에서 발췌한 신화와 성상의 이미지들로 만든 사진 꼴라주, 드로잉과 설치작품들이 모였다.

사진 회화 영상설치등 다양한 매체작업들로 사회와 개인의 실체를 탐구해온 그는 이 전시에서 ‘스펙터’ 연작을 선보인다.

 지난해 6개월간 미국 뉴욕에서 레지던시(두산아트센터 뉴욕)를 하면서 또 다른 세계를 공부하고 경험한 생각의 결과물이다.

"조화나 공존이 없는 번영은 폭력"이라고 주장하는 작가는 "과연 공동선이 있기나 한걸까?" 라는 생각에서 이번 전시를 출발했다.

신화와 종교, 사회, 경제구조로 의해 파생된 이미지나 성상들이 인간의 존재와 삶을 확장시키고‘공동선’을 향하게 하기 보다는 망령이 되어 보이지 않게 인간을 제약하고 규제하며 욕망을 부추긴다는게 작가의 생각이다.

 숭배되어온, 숭상해온 신화와 성상 이미지를 해체했다. 갖가지 신들을 찢어서 이어붙이고 조합한 결과는 '괴물'이 됐다.

손끝에는 유연한 시바신이, 발끝에는 신성한 소가 자리 잡았으며 가슴팍에는 물고기ㆍ코끼리ㆍ뱀 등 사람이 섬기던 동물신의 형상이 똬리를 틀었다. 김기라는 자신의 이 신작을 두고 ‘스펙터’(specter), 즉 ‘망령’(亡靈)이라 명명했다. 결코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들의 잃어버린 마음가짐, 2012’

전시장 한복판에 설치된 작품은 단순하지만 의미심장하다.

주먹만한 다이아몬드와 금덩어리, 진주알이 유리판위에서 조명을 받아 반짝반짝 빛을내고 있다. 작품제목은 '우리들의 잃어버린 마음가짐, 2012’.  일명 결혼예물 3종세트다.  물론 작품속 예물들은 다 가짜다. 작가는 불안함위에서 영원을 약속하는 물신주의적 보석들 역시 의도는 사라지고 형식만 남은 우상과 다를바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욕망을 거슬러왔다.  9대 종손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아들이 행정가가 되길 바랐다.  하지만 그는 미대에 들어갔다.  회화과에선 '문제아'였다. 이것저것 오지랖을 넓히던 그는 조각이 하고 싶었다. 회화를 전공한 그는 대학원에서 조각공부를 다시했다. 

 그는 "대학도 메이저가 아니었다. 마이너리티 환경속에서 활동하며 영국 유학가서는 또 외계인이 됐었다"며 늘 "어떤게 표준인가"에 대해 고민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욕망은 원동력이 됐다. 자신과의 싸움, 지식에 힘이 붙었다. 과거의 자신을 뛰어넘고 있다.

 1년에 그룹전 70여개를 치룰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개념미술가'로 자리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동시대 사회와 문화를 해석하는 차세대 한국미술 유망작가의 작가적 역량을 탐색해볼 수 있는 기회다.  

 "그동안 결혼은 포기했었다"는 그는 오는 4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고 있는 그의 행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시는 29일까지. (02)708-5015

◆김기라(b. 1974)=경원대학교 회화과와 동대학원 환경조각과 졸업하고, 영국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석사를 마쳤다. 분더샵 (2010, 서울, 한국), 국제갤러리(2009, 서울, 한국), Figge von Rosen Galerie(2009, 퀼른, 독일), 대안공간 루프(2008, 서울 한국)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카오슝 시립미술관(2011, 대만), 삼성미술관 플라토(2011, 서울, 한국), 리움 삼성미술관(2011, 서울, 한국), 민생미술관(2010, 상해, 중국), 보훔미술관 (2010, 보훔, 독일), 국립현대미술관(2009, 과천, 한국), 산트랄 이스탄불 미술관(2009, 이스탄불, 터키), 아트선재센터(2008, 서울, 한국), 난징미술관(2008, 난징, 한국), LSO Space(2008, 런던, 한국)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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