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토지시장은 잠잠한 상태다. 매입 문의도 뜸하고 시세 변동도 없다. 사진은 화성시 송산면 일대에 내걸린 송산그린시티 택지분양 현수막. |
수도권에서만 여의도의 90배에 달하는 871㎢의 면적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토지시장은 꿈적도 않는 분위기다.
심지어 개발 호재가 많은 평택·화성시 등 수도권 남부지역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일부 지역에서는 부동산중개업소에 문의가 늘고 있긴 하지만 당장 거래가 이뤄지거나 호가가 오르지는 않고 있다.
화성시 마도면에 위치한 M공인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전이나 후나 똑같이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워낙 경기가 안좋다 보니 이것만으로 거래가 활성화되긴 역부족"이라고 전했다. 허가 없이 신고만으로 토지 거래가 가능해졌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개발 사업 부진 등으로 투자 문의도 땅값 오름세도 없다는 설명이다.
화성시 서신면 공평리의 경우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용지는 3.3㎡당 최저가가 70만원 선이다. 마도면도 3.3㎡당 70~80만원 선. 바로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부지가 닦인 곳은 3.3㎡당 100만원 안팎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최근 2년 동안 이렇다할 시세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대형 개발 호재가 있는 곳도 매수 문의나 가격 오름세가 없긴 마찬가지다. 화성 송산면 일대는 오는 2022년까지 시화호 남측 간석지에 대규모 복합도시를 건설하는 '송산그린시티' 사업 대상지다. 그러나 이 일대 토지 거래 역시 얼어붙은 상태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송산그린시티 조성이라는 대형 호재도 먹히지 않고 있다"며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급매물만 가끔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평택도 고덕국제화 계획지구(고덕신도시) 조성 등 개발 호재를 안고 있지만 토지시장은 잠잠한 편이다. 평택 세교동 T공인 관계자는 "사려는 사람도 드물고 시세 변동도 없다"며 원룸 등 수익형 부동산을 지을 수 있는 용지 매입 문의만 가끔 있다"고 전했다.
평택 지제동·세교동 인근에서 원룸 등 수익형 부동산을 지을만한 땅은 일년 전 시세인 3.3㎡당 400만~450만원 선이다. 전원주택 부지 역시 3.3㎡당 200만원 선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별다른 시세 움직임이 없다.
농지값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평택 지제동 J공인 관계자는 "개발 계획에 따라 농사를 안짓다보니 농지를 살 사람도 없어 재작년초 3.3㎡당 22만원하던 농지가 최근엔 14만원까지 호가가 내렸다"고 전했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부동산시장이 장기 침체 국면에 빠져 있는 만큼 개발 호재가 풍부하면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곳 중심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며 "필지별로 고려해야 할 개별요인도 적지 않은 만큼 현장 방문을 통해 어떤 변수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