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나쁜 버릇 또 "이정도면 분양가 올려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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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3-0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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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시·광교신도시 등 가격 치솟아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 경기도 광교신도시에서 내집 마련을 원하던 직장인 김모씨(45)는 지난해 말 분양된 광교 A주상복합아파트에 청약하지 않았다. 몇 달 뒤 인근에서 선보일 대형건설사의 B주상복합단지에 더 마음이 쏠려서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달 말 공급된 B주상복합아파트도 청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B단지 전용면적 84㎡ 분양가(6억3000만원)가 A단지 같은 크기의 아파트(5억2000만원)보다 불과 5개월 만에 1억1000만원이나 뛰어버렸기 때문이다.

신규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세종시와 광교신도시 등 청약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가도 치솟고 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같은 시공사가 분양한 아파트이지만 분양가가 몇 달새 3.3㎡당 30만~50만원 이상 오른 경우도 적지 않다. 청약 열기에 편승한 건설업체들의 고질적인 분양가 뻥튀기 경쟁이 재연되는 양상이다.

분양가 상승은 청약 1순위 마감 행진을 거듭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세종시에서 두드러진다.

극동건설이 이달 초 일반분양에 나서는 '세종시 웅진스타클래스2차'(610가구)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778만원이다. 4개월 전 같은 회사가 인근에 분양한 1차 단지(732가구)보다 분양가가 3.3㎡당 31만원 더 비싸다. 이 두 단지는 동일한 구역 내에 도로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다.

지난해 11월 세종시에서 선보인 포스코건설의 '세종 더샵'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810만원대였다. 한 달 전 분양된 푸르지오의 '세종시 푸르지오' 분양가(3.3㎡당 평균 750만원)와 비교하면 비슷한 시기에 3.3㎡당 60만원 이상 뛴 셈이다.

한 건설업체 임원은 "분양이 잘 되는 곳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도 무색할 정도"라며 "상한제 적용 단지도 가산비용 등의 항목을 통해 분양가 인상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청약 불패 지역으로 꼽히는 광교신도시에서도 분양가 오름세가 뚜렷하다. 2009년 11월 공급된 호반베르디움 A2블록 전용 84㎡ 분양가는 4억1800만~4억2000만원(기준층 기준)선이었으나, 지난해 8월 분양된 A18블록의 경우 같은 면적 분양가가 4억3100만~4억3600만원선에서 책정됐다. 9개월 만에 분양가가 2000만원가량 오른 것이다.

서울에서는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분양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조합원의 추가 부담금을 낮추기 위해 앞다퉈 일반분양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

지난해 말 분양한 왕십리뉴타운2구역 텐즈힐(1148가구) 분양가는 3.3㎡당 평균 1962만원으로 책정됐다. 왕십리 일대 아파트의 3.3㎡당 시세로는 최고다. 이 아파트 전용 84㎡ 일반분양가는 6억3000만~6억4000만원선으로, 인근 하왕십리동의 입주 8년차 풍림아이원 84㎡(5억2500만원대)보다 1억원 이상 비싸다.

강북권 핵심 뉴타운에 들어서는 대단지의 새 아파트라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분양가가 주변 시세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에 대해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비정상적으로 올린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C건설사 관계자는 "자재비 등 원가 상승과 금융비용 인상 등을 고려할 때 (분양가 상승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분양가 인상은 건설사들에도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많다. 건설산업전략연수소 김선덕 소장은 "기존 주택시장이 침체를 면치 못하는데 분양시장만 계속 활기를 띨 수는 없다"며 "따라서 고분양가는 언제든 대량 미분양사태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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