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한 당국자는 5일 “(푸틴의 러시아는) 외교적으로 독자행보를 강화할 것으로 본다”며 “그런 차원에서 6자회담 재개에 대해서도 조금 더 자기 입장을 주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푸틴 총리가 선거과정에서 야당 후보들을 미국의 앞잡이라고 비난하는 등 반미(反美) 구호를 내세웠던 점을 고려할 때 민주화와 관련된 내부 불만을 다독이기 위해서라도 국제정치적 위상 강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남북한과 등거리 외교를 유지한다는 기존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북한은 외교적 지렛대로,남한은 경제협력 파트너로 활용해 실리를 추구하는 정책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당국자는 “러시아는 6자회담에 큰 관심이 있고 과거 6자회담을 할 때 한반도평화분과를 맡은 경험도 있다”며 “한반도 문제와 이해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언권을 가지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푸틴 3기의 한반도 정책방향은 푸틴 1, 2기 및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집권기 때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푸틴은 1기 집권 직후인 2000년 6월 ‘러시아의 대외정책 개념’을 통해 한반도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 강국과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고 남북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외교를 추구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푸틴은 이같은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러시아에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시베리아 ·극동 지역 개발 사업과 긴밀히 연계된 한반도 정세 안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당국자는 “러시아의 한반도 정책에서 급격한 변화를 예견하기 어렵다”며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가 한 팀으로 국정을 운영했고 이번에 그 팀이 위치를 바꾸는 것이라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다만 아시아를 더 중시하는 정책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오는 9월 극동지역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시아와의 유대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9월로 예정된 APEC 정상회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러시아는 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있다.
러시아가 APEC 정상회의를 외국 투자 유치의 기회로 삼으려 하는 만큼, 한반도 상황의 안정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푸틴은 지난달 27일 자신의 외교 정책 방향을 설명한 현지 언론 기고문에서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북한의 야망을 받아들일 수 없지만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새 지도자인 김정은 체제의 견고함을 시험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비핵화를 이끄는 방법론에서는 정치·외교적 협상을 통한 대화우선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대화의 구체적 형식으로는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6자회담을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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