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와 함께 불거졌던 금감원 비리 사태 이후, 금융권에서 금감원 출신 감사 영입을 자제하는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농협금융지주는 출범과 함께 각 법인별 주요 임원들을 선임했다.
이 가운데 금융지주의 사외이사로 이장영(58)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선임됐으며, 농협은행 상근 감사에 이용찬(57) 전 상호저축은행중앙회 부회장이, 농협생명보험의 상근 감사에는 여신금융협회의 이상덕(57) 상무이사가 선임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금감원 출신이라는 점이다.
농협금융지주의 이장영 신임이사는 재정경제부 자문관을 거쳐 감사원 경제금융특별보좌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와 부원장을 역임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농협은행의 이용찬 신임감사는 금감원 비은행검사 2국장과 상호금융서비스국장을 지낸 바 있다. 이 감사는 앞서 2009년 저축은행중앙회 부회장에 선임될 때도 낙하산 꼬리표가 붙었다.
농협 생보의 이상덕 신임감사는 한국은행, 금감원 은행 검사2 부국장 및 금감원 보험검사 1국 보험조사실 실장을 역임했다.
금융회사에서 금감원 등 공직자 출신 인사가 감사 자리에 재취업하는 관행은 오래전부터 비난의 대상이었다. 공직자 윤리법 상 퇴직 후 2년까지는 업무 연관성이 있는 회사에 재취업이 금지돼 있다.
특히 지난해 발생했던 저축은행 사태에서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여럿 비리에 가담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금감원은 2년이 지났다 해도 퇴직자 취업을 자제시키는 움직임을 보였다. 당시 신한은행 감사에 내정됐던 이석근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었다.
최근 최수현 금감원 수석 부원장은 서진원 신한은행장과의 면담에서 금감원 출신 감사선임을 자제하라고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이번 농협 금융이 금감원 출신 인사들을 줄줄이 선임한 것을 두고 당국의 잣대가 모호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농협 또한 새롭게 출범하면서 기존의 말 많은 관행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사업구조개편을 거치며 농협에는 인적 쇄신과 개혁의 바람이 불 것인지 관심이 쏠렸다. 이 과정에서 권태신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지주 대표 물망에 오르며 노조가 낙하산 인사에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결국 뚜껑을 열자 지주 대표를 비롯해 주요 임원진들은 기존 간부들이 재선임되는 등 회전문 인사와 더불어, 감사 자리에 낙하산 인사가 이어지면서 ‘개혁’이라는 단어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이에 대해 "감사직은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당국과의 유착 관계를 낳을 우려가 높다"며 "당국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출범 초기 농협금융이 안정적인 정착을 할 수 있도록 금감원 출신 감사가 당국과의 의견 조율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당국 출신 감사가 감독 당국과의 마찰을 줄일 수 있으니 농협으로서는 편하겠지만, 국민 경제 차원에서 보면 이는 친분관계를 이용해 문제를 덮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급히 개선돼야 하는 문제"라며 감사선임에 있어 거리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